[스포주의]
이 영화는 무인 드론에 밀려나는 전투기 파일럿의 장인정신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 셈인데, 굳이 전쟁에서의 장인들을 감상적으로 추억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일단 실소가 나온다. 이같은 관점은 명백히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철저히 미국 중심의 정의 관념과 애국주의가 어우러져야만 성립될 수 있는 유치한 이야기다.
사실 미국에서 탑건이란 영화가 어느 정도의 대중적 영향력을 갖는지, 스타워즈 만큼 되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 영화는 우리들의 추억이 아닌 그저 탐크루즈 개인의 추억 소환용일 뿐이라는 점이다.
복잡한 것을 떠나서 영화 자체의 액션과 비주얼적인 박진감만 따지자는 주장도 있을 수 있고, 그것도 충분히 일리가 있는 소리다. 어짜피 이 영화는 상업용 블록버스터니 말이다. 허나 사실 CG 사용을 최소화하고 날것 그대로의 공중전을 담았다는 것 외에는 오락적인 면에서도 특별날 것이 없다. 마냥 정신 없는 화면 구성은 마치 “지금 큰일이 일어났다”고 자꾸만 강요당하는 기분이다. 공중에서의 자연스러운 긴장감은 “에너미 라인스” 같은 영화가 오히려 낫지 않나 싶다.
결국 평범한 수준의 상업용 블록버스터에 가까운 영화임에도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표준이라도 세운 것 같은 찬사가 끊이지 않으니 개인적으로는 참 의아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