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1. 평론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 이야기는 영화사에 의미있는 작품을 꼽을때 항상 언급되는 영화다. 이 작품은 영상과 주제 측면에서의 미덕이 있는데 우선 영상에 있어서는 엄격하고 규격화된 형식미를 추구하고 있다. 영화에 쓰이는 모든 대사와 음악등이 과하지 않게 절제된 채로 표현된다. 마치 동화책을 보듯이 장면 내부에는 일본식 문틀등을 이용하여 구현된 또 다른 프레임이 있고 이 프레임으로 극도로 정돈된 미장센을 연출한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아주 단순한데, 노년의 부부가 동경에 사는 자식들을 방문하며 겪는 단촐한 에피소드를 통해 가족의 의미와 노년의 삶을 소박하게 스케치하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다. 주제에 있어서도 영상과 같이 절제미의 추구가 계속되는 것이다. 결국 이 영화의 미적 측면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소박한 인공미”로서 어쩌면 가장 일본스러운 영화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반면 문제점도 몇가지 눈에 띄는데, 표현이 비록 소박해보이지만 인공적이라 이상스러운 위화감이 든다는 점이다. 특히 인물이 카메라를 직접 바라보며 말하는 연출이 영화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관객에게 객관적인 관찰자와 등장인물의 시점을 오가는 심상을 불러 일으켜 혼란을 야기한다. 그리고 주제의식 자체가 전통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여 고리타분하고 신선감이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많은 평론가들이 최고의 걸작중 하나로 칭송하고 있고 실제로 우수한 작품임은 틀림없지만 아무래도 과거 서양인들의 오리엔탈리즘적 관점이 많이 뭍어 있어 어느정도는 과장된 평가라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보론 — “선불교적 일상성의 표현인가?” 에 대하여 :
이 작품을 비롯하여 야스지로의 영화들을 선불교가 주장하는 “일상성속에서의 비범함”의 발견이라는 관점에서 살펴 볼 여지가 있다 (실제로 질 들뢰즈 등의 프랑스 철학자들이 이런 노선에서 야스지로의 영화를 바라본 것 같다). 만약 그러하다면, 야스지로의 작품들은 종교철학적 주장을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여놓은 차원 높은 작품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러한 주장은 무리가 있는 것 같은데, 다시말해, 야스지로가 명시적으로 선불교의 철학을 자신의 작품에 녹여놓으려 의도하지 않았으며, 우연히라도 이같은 철학이 야스지로의 작품에서 성공적으로 구현되었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두가지 이유에서 그러한데, 첫째로 야스지로의 영화에서의 “일상성”은 영화적인 수준에서 일상적이라는 것이지 선불교에서 말하는 반복적이고 담담한 일상이라는 의미에서의 그것이 아니다. 즉, 동경 이야기에서의 부모의 여행과 어머니의 죽음등은 “일상적”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사건이다.
둘째로 선불교의 철학이 구현되려면, 일상성속에서 무언가 계시적인 비범함 내지는 특별함이 직관되어야 할 것인데, 이 영화에서 딱히 그러한 면모는 찾아볼수 없다. 그저 소박한 플롯 내부에 존재하는 잔잔한 감상 정도만 발견할수 있을뿐이다.
2. 좋은 영상의 사례
늦은 밤을 지나 새벽녘까지 어머니의 죽음을 묘사하고 있다. 고요한 풍경을 통해 시간의 경과를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는 객관적 사물로 주의를 돌려 격한 감정과 주변을 환기시킨다. 이 역시 영화 전반에 걸친 극도로 절제된 상황 묘사의 한 부분이다. 방안의 세트도 치밀하게 배치된 사물과 인물들로 소박하게 정돈된 미장센을 보여준다. 아울러 적절하게 선곡된 음악이 슬픔의 감정을 고조 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