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1.평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대표작중 하나인 이 영화는 서사구조와 영상미학적 측면에서 독창적이고 탁월한 성취를 이루어낸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다.
먼저 작품의 주제에 대하여 검토해보자. 감독이 말하고자하는 바를 여러 측면에서 달리 이야기할 수 있는데, 진리의 상대성을 말하고 있다는 견해, 인간이 가진 기억의 애매함과 왜곡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견해등이 있을수 있다. 모두 부분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이지만, 보다 적확하게 핵심을 집자면, “인간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게 되고, 이러한 편향을 부도덕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 이 영화의 주제라 할 것이다. 즉, 이 영화는 상대주의적 진리관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거꾸로 도덕주의적인 의도를 가진 작품인 것이다. 이는 극의 마지막에서 승려가 나무꾼이 아이를 거두는 모습을 보고 인간에 대하여 다시 희망을 가지는 장면을 통해 분명히 드러난다.
결국, 주제 측면에서는 다소 식상한 결론을 내고 있다고 볼수도 있겠다. 이점이 이 작품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아이가 등장하는 극의 후반부는 사족인 느낌으로 다가오며 이를 들어내고, 좀더 애매한 서사로 연출했다면 주제 측면에서도 세련된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사구조와 영상미학적으로는 더할 나위없이 탁월한 모습을 보여준다. 먼저 인간의 심리를 단지 서사적 구조만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대단하다. 즉, 심리를 미시적인 등장인물의 연기를 통해서 묘사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거시적인 이야기 구조만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유부녀를 남편 앞에서 범한다는 자극적인 소재를 채택함으로서 관객의 은밀하게 숨겨진 욕망과 흥미를 자극하며, 영화 전체가 영리한 점진노출의 구조를 띄고 있어 이 같은 흥미를 끝까지 가져가는데 성공한다.
영상 미학적으로는 어느 장면만을 특별히 꼽기 힘들 정도로 영화 전체가 신선하고 완벽주의적인 영상의 묶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패닝샷과 점진 노출의 독창적인 사용, 매시 적절한 카메라 구도, 영상과 어울리는 음악의 사용등 무엇하나 부족한 장면이 없다.
상업영화임에도 충분히 예술적인 이 작품을 보고 있자면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에 대한 고민을 아니할수 없다. 감독은 그저 “좋은 영화”를 의도했을 뿐이나 역설적인 우연성이 이 작품을 예술의 경지에 오르게 만들었으리라.
2.좋은 장면들
https://youtu.be/f_StYuKRNxM
#1 : 영화 초반부 나무꾼이 시체를 발견하는 시퀀스 (저작권 정책에 의해 유튜브 영상에서 생략함)
크레인 쇼트, 패닝 쇼트, 클로즈업등을 적절히 사용하여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아울러 영상과 잘 어울리는 음악이 이같은 긴장감을 한층 더 고조시켜준다.
#2 : 삼자 대면 시퀀스
두명의 등장인물을 담고 있는 쇼트를 교대로 보여줌으로써 삼자가 대면하고 있는 시퀀스를 응집력 있게 구성하였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시선처리도 모두 컷에 맞추어 계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서 상황이 주는 긴장감이 잘 표현되고 있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