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1
기계도 자아를 가질수 있을까? 감독 리들리 스콧은 유물론적인 입장에서 인공적으로 창조된 자아의 가능성을 긍정한다. 기계인간인 레플리컨트들은 모두 그 고유의 감정을 갖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뇌한다.
#2
탈주한 레플리컨트들의 리더인 로이 배티는 예수가 그러했듯이 자신의 손에 스스로 못을 박는데, 이는 그가 예수의 메타포임을 암시한다. 즉, 인간은 창조주인 신, 레플리컨트들은 인간, 로이 배티는 인간들의 리더로서의 예수에 대응되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성경의 서사와는 완전히 반대되는데, 로이 배티는 자신을 창조한 인간들을 죽이고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대항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는 우주 공간인 “오리온의 어깨와 탄호이저 게이트”의 장엄함과 자신의 허무한 죽음을 이야기하며 데커드 형사에게 자비를 배푼다.
창조주에 대한 도전, 광활한 자연에 대한 경이감, 그리고 자아에 대한 집착을 벗어 던지는 그의 모습은 주어진 운명에서 벗어난 니체적인 초인 그 자체다.
#3
사실 이들 심오한 주제들이 표현면에서 완벽히 세련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너무 티나는 메타포들이 투박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밀도가 떨어지는 서사는 깊은 주제를 겉핥기식으로 묘사하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사이버 펑크적인 영상미는 정말 대단하다. CG없이 온전히 미니어처에만 의존한 특수효과들은 모두 그 자체로 한편의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