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오래된 빈티지 컴퓨터들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 두 곳 있다. 하나는 제로하나 컴퓨터박물관, 다른 하나는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다. 이번에 제로하나를 방문하였고, 넥슨은 예전에 가보았다. 두 박물관을 짧게 비교해본다.
1.제로하나 컴퓨터 박물관
오랜 시간 걸쳐 수집해온 개인 소장품을 4층 건물에 전시해놓은 소규모의 사설 박물관이다. 전시물은 크게 씽크패드류의 노트북과 애플사의 클래식 매킨토시, MSX류의 8비트 컴퓨터, 그리고 미디관련 음악장비들이다. 관장님이 직접 애정을 가지고 수집한 제품들이라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성(?)과 아기자기함이 느껴진다. 처음보는 제품들과 희귀품들도 꽤 많아 구성도 나름 알차다. 넥슨 박물관과 비교하여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소장품들을 직접 조작하고 만져 볼수 있다는 점이다. 단점은 제품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다는 점인데, 코로나 시국이 아니라면 관장님이 직접 도슨트 역할을 해주시나 보니 큰 문제는 아닐것 같다. 사실 어지간한 컴퓨터 매니아들은 구구절절한 설명들은 필요없으리라 본다. 참고로 “제로하나”란 이름은 제주도 소재 여러 고등학교의 컴퓨터서클 연합체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관장님 말씀.
2.넥슨 컴퓨터 박물관
게임 회사 넥슨에서 설립한 박물관이다. 아무래도 대기업의 든든한 후원을 받아서 그런지 규모부터가 훨씬 크고, 제품들에는 모두 친절한 설명이 붙어 있고 분위기도 체계적이다. 전시품들은 컴퓨터의 초기 역사를 말해주는 기계식 컴퓨터 부터 시작하여, 제로하나 박물관보다는 좀더 폭이 넓다. 전시품의 숫자 자체도 더 많은 느낌이다. 그런데 문제가 모든 전시품을 다 만져 볼수 있는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정된 제품들만 직접 조작해 볼수 있고 나머지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관람만 할수 있다보니 실제로 체감되는 전시품의 양이 왠지 적게 느껴진다. 아이들이 놀수 있게 마련된 놀이공간등은 장점이 될수도 있겠다. 입장료는 제로하나 보다 약간 더 비싸다.
결론은?
나는 제로하나 박물관이 더 좋았다. 이런류의 박물관을 방문하는 목적이 사실 아재들의 추억 소환용인 경우가 많을 텐데, 그런 목적을 가진 여행객이라면 아마도 나처럼 제로하나 박물관을 더 선호하리라 본다. 아무래도 직접 만져볼수 있고 즐길수 있는 기회가 제로하나 쪽이 더 많기 때문이다.
끝으로 방문하여 직접 찍은 사진 몇장을 첨부한다.
애플 20주년 매킨토시. 이곳에만 네 다섯대 정도가 전시중이다.
PDA류와 게임기류가 전시된 공간
IBM PC110. 손바닥 두개 크기의 소형 팜탑. 놀랍게도 윈도우가 구동되는 x86계열 컴퓨터다.
씽크패드가 전시된 공간
버터플라이 키보드가 탑재된 씽크패드
마지막으로 박물관 전경
아쉽게도 2021년 12월 1일부로, 제로하나 박물관은 폐관한다고 한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한 관람객 감소의 어려움이 컸던 모양이다.
추가정보 : 제로하나 박물관의 소장품들이 넥슨에 인수되어 넥슨 컴퓨터 박물관에서 관람할수 있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