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진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진가 로버트 카파의 말은 영화에도 적용될만하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클로우즈업을 지나치게 절제하여 사용하고 있는 경향이 있는데, 클로우즈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리적으로 가까이 가는것 만큼 세밀한 표현이 가능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감정 표현의 가장 탁월한 도구인 사람의 얼굴을 가까이 보여주는 것은 가장 쉽고 효과적인 영화적 표현 기술이 될 것이다. 위 장면은 클로우즈업 위주로 대화를 구성한 사례로서, 작품 전체에서 이 같은 형태의 클로우즈업 연출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
이미지1(농구장), 이미지2(달), 사운드1(클래식음악), 사운드2(여자의 독백), 사운드3(농구장의소음), 이렇게 두개의 이미지와 세개의 사운드가 일종의 layer를 구성하여 본 영상에 중첩되어 있다. 이들이 적절하게 짝을 이루어 교대되어 제시되는데, 특징적인 것은 사운드1이 여자의 기본적인 감정 상태(base)를 나타내고, 사운드1과 사운드3의 연결과 전환이 “뚝 끊긴다는 느낌”으로 의도적인 단락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 “단락적 전환”은 뇌의 주의집중(attention)의 심리상태를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여자의 심리상태와 사고의 변화를 이미지와 사운드의 계층적 중첩으로 표현한 신선한 지점이다.
#3
교수의 지시에 따라 여학생이 남학생의 눈을 가리고 남학생은 큐브를 맞추고 있다. 남학생이 맞는 방향으로 큐브를 움직이면 여학생은 예(oui)라고 남학생에게 알려준다. 이런식으로 큐브를 맞추면 남학생이 눈을 감고 어떠한 지시도 없이 맞출경우에 비해 훨씬 빨리 큐브를 맞출것이다.
교수는 인간이 외계인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과학계의 통설인 “우연에 의한 생명의 시작”에 따른다면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려 생명 탄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물론 이것은 과학적으로 사실이 아니지만). 이를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여학생을 지시자로 놓고 큐브게임을 시킨것이다. 따라서 큐브 맞추는 작업은 “생명 탄생의 과정”, 여학생은 “신”, 큐브는 “생명”을 상징하는 것이 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이 남학생이 큐브를 맞추는 작업을 하는 동안 여학생이 계속 “oui”, “oui”, “oui”를 외치는 모습이 성행위에서 여자가 외치는 신음소리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즉, 큐브 맞추는 작업은 거시적인 생명 탄생의 과정과 미시적인 개별적 인간들의 성행위와 병렬로 연결되고, 여학생의 oui라는 외침은 거시적인 신의 지시와 미시적인 성행위시의 신음소리와 역시 병렬로 연결된다. 대단히 유머러스 하면서도 재치있는 상징적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