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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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문제 해답
https://youtu.be/f_StYuKRNxM
지난편 연습문제는 위 영상이 몇개의 쇼트로 구성된 것인지 였는데, 정답은 “12개의 쇼트”입니다. 쉬운 문제인데 혹시 틀리신 분은 한눈을 팔다가 햇갈렸거나, 아니면 카메라의 이동을 컷으로 착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쇼트는 컷, 다시 말해 장면이 완전히 잘라 붙여 편집되는 것으로 구분됩니다. 단순히 카메라를 이동시켜 화면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는 컷이 아닙니다.
사례 연구 1 — 상징 표현
혹시 영화 평론가들이나 유튜버들이 영화속의 어떤 사물을 보고 이것은 무엇무엇을 상징한다면서 영화의 비밀(?)을 찾아내는 것을 본적이 있나요? 이번 편에서는 이 “상징 표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내 마음은 호수다. 호수는 내 마음을 상징한다.
만약 위 문장을 여러분이 들었을때 딱히 이상한 점을 못느낀다면, 이때 여러분이 사용하는 방식의 “상징”이란 단어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상징”이라고 이름 붙이겠습니다. 사실 상징이란 단어를 우리가 일상생활중에 흔히 사용을 하고 있지만 학문 분야에 따라, 학자에 따라 사용되는 방식이 많이 다릅니다. 참고로 저는 “문학적인 방식”으로 상징이란 단어를 사용하는데, 제 방식대로 하자면 위 예문의 호수는 상징이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여태까지 본 바로는 영화계에서는 이 상징이란 단어를 그냥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쓰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도 이 방식에 따라 상징을 설명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글 속에서 자신이 평소 쓰던대로 “상징”이란 단어를 이해하셔도 문제가 없고, 다만 이 “상징”이란 단어가 다른 곳에서는 여러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기도 하나 보구나 정도만 알아두시면 무리가 없겠습니다.
어떤 남자가 중학생때 괴한에 납치되어 20년간 캄캄한 지하실에 갖혀 군만두 만드는 일을 한다.
어찌어찌 여차 저차 해서 중년이 된 이 남자는 지하실을 탈출하고 어느 공원으로 간다.
공원에는 비둘기 백마리가 앉아있다. 남자가 공원을 가로지르자 푸드드득 하고 비둘기들이 날아간다.
남자가 갑자기 공원 한가운데 멈춰서서 멀리 언덕을 바라본다. 남자가 바라보는 곳에 교회 십자가가 있다.
남자가 십자가를 흉내내듯이 양팔을 십자가 모양으로 벌린다.
잠시 서있던 남자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제가 영화 감독이 되어 위와 같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여기서 전 두가지 상징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제 의도를 설명해보면, 먼저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합니다. 따라서 제 영화속의 비둘기 백마리는 남자가 오랜 감금생활을 청산하고 평화롭게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겁니다. 그리고 남자가 십자가 모양을 흉내내는데, 이것은 이 남자의 운명을 상징합니다. 예수처럼 이 남자도 영화의 결말에서 희생되어 죽는다는 암시죠.
어떤가요? 그럴듯 하지요? 근데 여러분은 그럴 듯하다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왜냐하면 제가 위에서 사용한 상징적 표현들은 사실 형편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저는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으로 사용했는데,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인 것은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상식입니다. 사실상 “비둘기 = 평화” 인거죠, 다시 말해 두 단어는 동의어나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식상해도 너무나 식상한 상징입니다. 제 영화에서의 비둘기 백마리는 엑스트라 두 명이 “평화”라고 쓰여진 피켓을 하나씩 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다음으로 십자가는 어떨까요? 이것은 조금 참신하긴해서 위 비둘기보다는 나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썩 좋은 상징이라기 보긴 어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듯 느껴지거든요. 십자가 모양으로 팔좀 벌렸다고 그것이 예수의 죽음으로 연결되는 것이 상당히 비약처럼 보입니다. 이처럼 상징도 뭔가 말이 되서 납득이 가야 합니다. 너무 비약이 심해 “꿈보다 해몽”수준까지 가면 곤란한거죠.
그렇다면 어느정도 수준이 개연성이 있는 것이냐가 문제되겠는데, 이를 딱 정해줄 공식같은것은 물론 없습니다. 일단은 그냥 영화를 많이 보면 그 수준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될 것인데 그와 더불어 저는 영화보다는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을 많이 접하는게 상징과 관련해서는 더 도움이 될꺼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상징은 영화보다 문학에서 좀더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퀴즈 게임이 아니다
시 한편을 보겠습니다. 이상의 오감도 중에서 한 작품으로 일부만 발췌하였습니다. 워낙 유명해서 다들 한번쯤 본적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여기서도 상징 기법이 사용되었습니다. “아해”가 그것인데, 대체 아해가 뭘까요? 수많은 국문학자들이 각각 여러 해석들을 내놓긴 했는데, 제 생각으로는 그 누구도 이상을 제외하고는 아해가 뭔지 정확히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상의 모든 시들은 극도로 불친절하고 해석의 단서가 거의 없는 개인의 주절거림 수준입니다. 쉽게 말해 수수께끼 퀴즈게임과 비슷합니다. 따라서 저는 이 작품이 별 의미가 없고 이상의 시들은 굉장히 과대 평가 되었다고 봅니다. 작가 본인외에 아무도 알수 없고 생산적인 논의가 어려운 작품이 대체 뭔 의미가 있을까요? 그런 것들은 그냥 일기장에 불과합니다.
영화에서 상징이 자주 사용되지만 의외로 상징을 제대로 활용한 영화는 찾아보기가 힘든것 같습니다. 위 이상의 시처럼 무의미한 개인의 넉두리를 상징을 빙자해서 늘어놓거나, 영화 전체와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는, 마치 물에 뜬 기름처럼 상징물들만 몇개 덩그러니 배치해 놓는 수준의 영화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평단의 호평을 많이 받은 <놉>이라는 영화를 보면 수많은 상징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이 상징들이 위에 말한 것처럼 물에 뜬 기름 수준으로 느껴집니다. 사회 비판을 위해 억지로 짜여진 촌스러운 상징이라고 할까요?(조금 과장하자면 위에서 제가 만든 가상의 영화속의 십자가와 같은). 전 이 작품을 보면서 그리 대단하다고 느끼진 못했습니다.
상당수 영화평론가 혹은 유튜버들이 영화속 구석구석을 하나씩 꼽으면서 그속에 숨어있는 상징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면 관객들은 “우와! 깨알같은 디테일이다”하고 마치 영화의 비밀이 모두 해결된 것 처럼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그런데 저는 영화를 보면서 그런 방식으로 놀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영화는 퀴즈게임 하는게 아닙니다. 감독이 구석구석 상징을 숨겨두고 “오빠! 내마음 모르겠어?” 이러면 관객들이 마치 탐정이 된 것 처럼 찾고 이러는 게임이 아닌거지요.
아주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감독이 영화 세트의 벽에 조그만 그림을 어떤 상징물로서 걸어놓았다 칩시다. 이 잘 보이지도 않는, 그것도 잠깐 스쳐지나가는 그림이 무슨 영화적 효과가 있을까요? 영화를 보는 당시에는 충분히 느낄수 없고, 나중에 영화평론가가 해설하는 유튜브 방송을 보고 나서야 간신히 발견되는 상징은 애당초 뭔가 문제가 있는겁니다.
간단히 말해 영화를 보는데 영화 감독이 여러분께 게임을 제안하는 것 같으면 그냥 무시하세요. 촌스러운 상징 맞추기 게임에 여러분은 응할 필요가 없습니다.
상징을 잘 활용한 작품
물론 상징을 잘 활용한 영화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반지의 제왕>을 보면 등장인물들이 “반지”를 차지 하려고 혈투를 벌입니다. 여기서 “반지”는 물론 “권력”을 상징합니다. 이 반지는 영화 전체와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권력이란 개념을 잘 상징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굉장히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상징을 이보다 더 탁월하게 활용한 영화로 저는 에릭 로메르 감독의 <녹색광선>을 뽑고 싶군요. 이 영화에서 고독한 여주인공은 홀로 여기저기 방황을 하고 다닙니다. 계속 방황하다가 우연히 어느 남자를 만나 “녹색광선”이란 것을 봅니다. 이 녹색광선이 뭐냐면 해가 지기 직전 수평선에서 아주 짧게 몇초간 번쩍이는 초록빛인데 어쩌다 한번씩 발생되는 자연현상이라 아주 운이 좋아야 볼수 있답니다. 저는 여태껏 한번도 보지 못했는데 언젠가 영화속에서 처럼 아름다운 여성분과 함께 꼭 보고 싶군요.😚
아무튼 여기서 이 “녹색광선”이라는 자연현상이 상징으로 사용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이 녹색광선은 영화속에서 “인간의 실존적 고독을 해결할 우연한 자연적 힘”을 상징합니다. 굉장히 아리까리하고 추상적인 개념이지요? 이렇게 흐릿한 개념을 영화로 표현하려면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를 상징 기법을 활용하여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직접 영화의 한 장면을 보도록 하죠.
어떤가요? 상징의 힘이 느껴지시나요? 사실 느껴지시면 안됩니다. 그닥 안느껴지고 심드렁해야지 정상입니다. 왜냐하면 여기서의 상징은 영화 전체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작동되는 한 부분이기 때문이죠. 석굴암 불상의 눈 한쪽만 뚝 때다가 외국인에게 보여주며 “어떠냐? 이것이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역사적 유물이다! 다시는 대한민국을 무시하지 마라” 이러면 그것을 본 외국인은 이게 뭔가 하고 심드렁할 껍니다. 그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말이 나온김에 기회가 된다면 영화 전체를 직접 보시길 바라며, 제가 쓴 감상문도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감상문 링크)
다음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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