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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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에 이어 예술에 있어서 생각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겠습니다. 이전에 말했듯이 생각이 자유로워야 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반대로 이른바 “예술 제약론자”들의 특징을 알아야 합니다. 하나는 저번에 말했었고 이번 편에서는 나머지 하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예술은 꿈이요, 샌드박스요, 하수처리장이다
예술 제약론자들은 예술과 현실세계를 혼동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예술작품속에서 사람을 죽이면 마치 진짜로 현실세계에서 사람이 죽은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지지요. 그래서 예술의 내용이 자신들의 심기에 거슬리면 현실세계에서 큰일이 벌어졌다는 공포감에 벌벌 떨게 됩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예술의 내용을 제약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예술은 단지 꿈일 뿐입니다. 환상의 세계지요. 우리가 지난 밤 꿈 속에서 사람을 죽였다고 아침에 벌떡 일어나 “경찰이 나를 지명수배할지도 몰라. 언능 경찰의 추적을 회피해야 겠어” 이렇게 중얼대며 대한항공 필리핀행 티켓을 끊지 않듯이 예술 작품속에서 뭔일이 벌어져도 현실세계는 안전하답니다.👍
따라서 예술은 일종의 샌드박스(sand box)의 역할을 합니다. 컴퓨터 용어에 익숙하신 분들은 여기서 샌드박스를 컴퓨터 보안용어의 그 샌드박스로 생각하면 정확히 딱 맞습니다. 아니라면 키즈카페나 놀이터에 있는 모래 구역을 생각해도 됩니다. 이 샌드박스안에서 만큼은 아이들이 흙장난을 쳐도 어질러도 더럽혀도 지랄발광을 해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완전한 안전지대인거죠. 대신 이 밖으로 뛰쳐나와 어지럽혀서는 안됩니다. 완전한 자유는 이 샌드박스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예술의 경우도 똑같이 예술작품 속에서는 예술가가 무슨 지랄발광을 하더라도 일단은 다 허용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예술의 한계가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는데, 예술의 완전한 자유란 것은 사실 “생각(주제)”에 있어서만 보장되는 것입니다. 즉, 예술의 자유가 예술작품속을 뛰쳐나와 현실세계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해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자면 사진작가가 “죽음의 미학”을 생생히 표현한다며 사람을 진짜 죽여놓고 사진 촬영을 한다던지, 영화제작자가 “우리 예술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으로 희생 좀 하자”면서 스텝들의 월급을 안준다던지, 뭐 이런건 당연히 허용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위 사례들은 실제 있었던 일들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예술은 샌드박스의 기능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의 억압된 욕망을 처리하는 일종의 “하수처리장”이 됩니다. 여러분 마음속 깊이 숨겨져 있는 살인이나 폭력의 욕구를 예로 들어 봅시다. 나는 그런 욕구 없는데 하시는 분이 있다면 평생 살면서 “저 색히 죽여버리고 싶다” 혹은 “저 색히 두들겨 패버리고 싶네”이런 생각을 한적이 정말 한번도 없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좋은 예술 작품들은 이런 욕구를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끄집어 내어 분출시켜줄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사람의 감정을 끄는 힘이 있는거죠. 이러한 작용을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카타르시스”라고 칭했습니다. 우리가 감정이 동하는 무언가를 보고 “우와! 카타르시스가 느껴져”라고 말할때, 그때의 카타르시스가 이것입니다. 예술이 감정을 정화시키는 일종의 정신치료 기능을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시중에 예술치료나 아이들 놀이치료와 같은 심리치료 기법들이 있는데, 아마도 위와 같은 매커니즘을 좀더 체계적으로 만든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쨋든 예술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위험한 욕구를 처리해주는 예술의 “하수처리”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못하게 되고, 따라서 사회 전체에 불안 요소가 점점 쌓여 결국 압력밥솥터지듯 폭발하게 되는거죠.🤯🤯
자 1편부터 여기까지가 “영화가 가지는 생각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드디어 하나의 파트가 끝났군요! 🥳🥳 그런데 여기서 잠깐, “왜 영화 이야기는 별로 안하고 딴소리만 실컷 하고 있지? 이 색히 사기꾼인가?”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드는군요. 그래서 제가 도표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a.생각의 내용 (철학, 과학, 심리학, 역사학, 종교, 개똥철학, 뜨게질하기, 라면삶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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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양자간의 관계 (영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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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생각을 표현하는 형식 (영화학)
우리는 지금까지 a를 살펴본 것입니다. a는 사실 영화학의 구역이 아닙니다. 영화의 내용을 채우는 생각들이라 위에서 보는 것처럼 오만가지들이 다리를 걸치고 있지요. 여러분의 개똥철학이나 심지어 라면삶는 테크닉 같은 것도 잘하면 영화의 생각을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제 글에서 순수한 영화 이야기는 거의 안나온거랍니다. 다음 편부터는 b와 c를 다루므로 본격적으로 순수 영화 이야기가 등장할 예정입니다.😆
연습문제
이제 하나의 파트를 마무리하는 복습용 연습문제를 풀 시간입니다. 제 영화 코스에는 이처럼 연습문제도 준비되어 있답니다. 참 신나지요?🥳🥳 앞으로 제가 준비하는 연습문제들은 보기에는 허접해보여도 상당히 중요한 것들이니 꼭 10분만 시간을 내어 풀어보세요!
아마 어느 초등학교에서 숙제로 내준 문제와 학생의 답으로 보입니다. 여러분이 만약 선생님이라면 위 학생의 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며, 어떻게 평가하실껀가요? 다음 편에서 이 문제를 다시 다룰테니 나름의 답을 잘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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