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분리 병치로 두 남녀를 번갈아 보여주는 방식으로 연출되었는데, 초반의 쇼트들에서는 프레임 내의 두 인물의 룩킹룸(프레임 내에서 인물이 바라보는 쪽의 공간)이 상당히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서 술잔을 쥐는 장면이 이어지는데 여기서는 카메라가 인물에 훨씬 근접하므로 룩킹룸이 상대적으로 좁다. 마지막으로 두 인물 전체를 미디엄 롱샷으로 보여주는데 알고 보니 두사람은 예상보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상태다.
만약 초반에 충분한 룩킹룸을 확보하지 않았다면 관객은 마지막 장면에서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먼저 룩킹룸이 확보된 쇼트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은 무의식적으로 두 사람사이에 어느정도 공간이 있음을 인식하게 되므로 이어지는 두 사람이 많이 떨어져 있는 쇼트를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 들일수가 있다.
#2
남자가 극장 2층에서 책을 떨어뜨렸다는 과거의 경험을 여자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는 장면이다. 크레인 샷을 이용하여 카메라를 실제로 2층에서 떨굼으로서 떨어지는 책의 심상을 직접 영상으로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실제 촬영 현장은 이 영상 다음에 이어지는 메이킹 필름을 참고)
크레인 샷은 일반적인 샷에 비하여 좀더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촬영이 가능한데, 저예산 독립영화 단계에서는 크레인 샷이 거의 활용되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두가지 이유때문인것 같은데, 예산 문제 때문에 독립영화는 대부분 정적인 드라마 장르라 동적인 크레인 샷이 불필요할수 있으며, 역시 예산 문제로 애당초 크레인을 임대하기가 힘들기 때문인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본 작품처럼 전체적으로 정적인 분위기의 작품이더라도 크레인 샷을 필요한 부분에 알맞게 사용한다면 작품의 표현력을 훨씬 높여줄수 있을 것이다. 고프로같은 소형의 액션 카메라를 긴 막대등에 매달면 조악하지만 크레인을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이론과 실전에는 어느정도 차이가 있는 법이라 잘될것 같지는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