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1.평론
시민 케인의 오슨 웰스 감독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중 하나인 <오델로>를 영화한 작품으로 1952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익히 알려진바와 같이 셰익스피어는 영문학의 근간을 이룬 대문호로서 그의 작품이 가진 서사 구조는 스토리텔링의 기본으로서 현대에도 여전히 가치를 가진다. 따라서 창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작품은 한번쯤 연구해야 할 통과의례라고 할수도 있는데, 직접 읽어보기 지루하다면 이렇게 영화화한 작품을 통해 접해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20세기 거장의 눈으로 바라본 17세기 거장의 작품을 만나는 것이다.
전반적인 서사 구조는 아무래도 고전 문학답게 단순한 편이지만 현대의 복잡한 이야기들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무어인(흑인에 가까운 인종이다)인 오델로 장군은 신분 격차의 벽을 깨고 장군이 된다. 그는 장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베네치아 출신의 아름다운 여인 데스데모나와 결혼을 한다. 그러나 오델로의 부하인 이아고의 계략으로 아내가 자신의 또다른 부하인 캐시오와 바람을 핀다고 오해하게 되고 결국은 아내를 죽인다. 후에 자신이 오해했다고 깨달은 그는 스스로 자살하고 이아고는 처형된다. 이처럼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치정극 스러운 구조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후대에 끼친 영향을 잘 방증한다고 볼수도 있겠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인간의 “질투심”을 그리고 있다는 것인데, 오델로가 아내를 죽이게 된 것도 이아고가 이간질을 한 것도 결국 이 질투심 때문이다. 영화는 두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인간의 질투심이 어떤식으로 작용하게 되는지 그 경과에 대해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질투심은 내가 다른 사람(경쟁자)에 비해 덜 중요하게 취급될때 느끼게 되는 감정인데, 이는 인간이 본래적으로 가진 “자신의 능력(힘)을 스스로 느끼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결국 질투심의 상위 차원에는 권력욕이 자리잡고 있다고 볼수 있다. 영화에서 오델로는 비록 장군으로서 부와 권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무어인이라는 출신 성분에서 오는 자격지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다. 이처럼 질투심, 더 나아가 권력욕은 그 끝이 없이 무한이 인간을 괴롭히는 것이다. 이아고의 악행 역시 자신보다 출신이 하찮은 오델로가 장군이 되었다는 것, 자신의 경쟁자인 캐시오가 자신보다 앞서 승진을 했다는 것에서 비롯된 질투심 내지는 권력욕 때문이었다.
영화는 영화의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오델로 장군과 그의 부인의 정중한 장례식 장면과 범죄자 이아고의 압송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질투심에 눈이 멀어 잠시 훼손되었던 오델로의 순수했던 사랑이 그의 자살로 회복이 되고, 악인인 이아고는 죄값을 치룬다”는 다소 식상한 권선징악적인 해석으로 마무리 짓는다.
하지만 17세기라는 시대상을 감안한 셰익스피어 본인의 창작의도와는 별개로 작품속 세계만을 면밀히 바라본다면 다음과 같이 해석하는 것이 보다 사리에 맞을 것이다. 사실 오델로 장군의 아내에 대한 감정은 건강하고 순수한 사랑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는 아내를 의심하는 전형적인 의처증의 기질을 보이며, 아내의 불륜이 세상에 알려지면 장군 본인이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또한 아내를 죽이면서 다른 남자들의 희생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 이는 결국 오델로의 감정이 소유욕에 따른 것이며, 아내는 소위 말하는 “트로피 와이프”에 불과한 것이라는 말이 된다. 마지막 오델로의 죽음도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위한 행동이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오슨 웰스 감독의 원작에 대한 해석은 전통적이고 식상하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어 아쉬움이 있다.
따라서 이 영화의 미덕은 주로 형식적인 면에서 발견할수가 있는데, 영화 전반에 걸쳐 고전문학 특유의 웅장함을 살리면서도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 영상 해설에서 계속 하겠다.
2. 좋은 영상의 사례
#1
영화의 첫시작부분으로 오델로 장군과 부인의 장례식 씬과 그에 대비되는 이아고의 압송 씬이 연결되어 있다. 시퀀스는 오델로의 얼굴을 180도 뒤집어 클로우즈업한 강렬한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서 장례 행렬을 보여주는데 모든 쇼트가 기하학적으로 치밀하게 계획된 미장센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피사체들이 스크린의 선과 면의 비례를 감안하여 균형감을 느낄수 있게 획일적으로 정형화되어 배치되었다. 아울러 피사체의 색상도 최대한 흑과 백으로만 확연히 구별되게 의도되었는데, 이는 인물들의 의복을 검은색과 흰색으로 세팅한 것, 흑백 필름이란 미디어의 특징, 노출의 조정등을 모두 동원한 결과이다. 이러한 미장센은 단순 명료한 화면 구성을 추구했던 초기 몽타주 이론가 쿨레쇼프를 연상케 한다. (아래 영상 참고)
이같은 미장센이 미적으로 아름답긴한데, 단순히 아름답기만 해서는 큰 의미를 가지지는 못할 것이다. 영화는 실내를 꾸미는 장식품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본 영상에서 구현된 이같은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미장센은 영화에 어떤 기능적 역할을 하고 있을까? 먼저 본 장면의 서사적 내용은 장군 부부라는 높은 신분을 가진 인물들의 장례식이다. 따라서 엄숙하고 웅장한 의식이 진행되고 있는 것인데 이에 맞추어 미장센을 엄격하고 획일적으로 구성함으로서 서사의 분위기가 한층 더 살아나고 있다. 반면 장례식 씬에 이어서 나오는 이아고의 압송장면은 미장센의 구성이 판이하게 다르다. 일반적인 분위기로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이는 장군 부부와 이아고가 처한 상황을 분명하게 대조시켜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본 영상에서는 이 작품 전체에 걸쳐 자주 사용되는 독특한 클로우즈업 구도, 하이/로우 앵글등의 비전형적인 구도등도 엿볼수 있다.
#2
번개가 치고 있는 상황인데, 쇼트의 끝에 번개의 장면을 넣어줌으로서 다음 쇼트와의 연결점에서의 분절이 잘 느껴지지 않아 마치 하나의 쇼트인 것 처럼 편집되었다. 번개의 충격때문에 쇼트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은 아니지만 하나의 쇼트로 보이는 독특한 효과를 담은 영상이다.
#3
이아고의 이간질로 오델로 장군이 점점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장면이다. 의심의 시작 단계에서의 오델로의 불안한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이아고의 대화가 진행되던중에 마침 아내가 들어온다. 아내를 클로우즈업으로 비추고 아내가 카메라 쪽을 응시함으로서 관객은 어색함과 불편함이 느껴지게 된다. 이는 오델로 장군의 심리와 동일한 것이다. 이어서 아내가 몸이 안좋다는 오델로에게 손수건을 건내지만 오델로는 이를 강하게 뿌리치고 아내를 피한다. 이와 동시에 바닥에 떨어진 손수건을 밟고 지나가는 쇼트를 짧게 비춤으로서 관객에게 충격의 심상을 전달한다. 이어서 오델로와 쫒아온 아내의 장면이 이어지는데 여기서도 영화 전반에 걸쳐 자주 사용되는 하이/로우 앵글 구도와 클로우즈업등이 사용되었다.
본 영상의 또다른 논점은 음악의 활용이다. 음악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데, 음악의 힘이 굉장히 커서 오히려 음악이 영상을 이끌고 간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이러한 특성은 현대의 대부분의 상업영화가 가진 특성이기도 하여 특별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영화에서 음악의 사용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주로 누벨바그 사조의 감독들, 예컨대 로베르 브레송 감독이 그러하고, 홍상수 감독은 명시적으로 밝힌바는 없지만 그의 작품들은 음악이 상대적으로 절제되어 있다)도 많이 있고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본 작품만을 염두해 두고 짧게 생각해본다면 이 영화는 고전 문학을 영화한 연극적인 특색이 강한 작품이므로 리얼리즘을 그리 크게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된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의 음악의 활용은 적절하다고 보는 것이 좋겠다.
#4
오델로 장군이 이아고에게 아내의 부정을 입증할 증거를 찾아오라고 닥달하는 씬이다. 여기서는 강한 파도라는 자연물을 배경으로, 등장인물과 파도를 빠른속도로 여러 각도에서 다중변각으로 보여주어 오델로 장군의 분노를 잘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