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1
주인공이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요양원으로 급히 찾아가는 씬이다. 언뜻 핸드헬드로 촬영한 것 같이 역동적으로 보이지만 화면의 움직임은 카메라의 흔들림이 아니라 피사체의 급히 걷는 동작에 의한 것이다. 미디엄 샷의 구도로 인물에 근접하여 패닝으로 촬영함으로써 이처럼 자연스럽게 동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카메라가 피사체에 가까워 질수록 피사체의 동작이 민감하게 영상에 반영된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아울러 주인공의 등은 땀으로 젖어 있고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데, 이는 무덥고 습한 날씨를 표현해주려는 의도로 이 영화 전체에 있어서 이렇게 더운 날씨라는 요소 자체가 중요한 심상이 된다.
주인공은 이어서 요양원 관리자를 만나고 대화를 나눈후 사무실로 간다. 두 사람이 복도로 걸어 나감으로서 카메라와 멀어지게 되고 이렇게 하나의 씬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종결된다.
#2
주인공은 어머니의 장례식 바로 다음날에 여자와 데이트를 한다. 어머니의 장례가 어제 였다는 주인공의 말을 들은 여자가 짐짓 놀라는 장면이다. 거울에 비친 여자의 얼굴을 줌인으로 클로우즈업함으로써 이 놀라움의 감정을 강조해주었다. 바로 이어서 여자와의 영화관 씬이 이어지는데, 영사된 스크린의 배우 얼굴을 동일한 방식으로 줌인해줌으로써 씬간의 연결에 유연함과 의미상의 견련성을 부여하고 있다.
#3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에서는 “무더운 날씨”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사실, 무덥다는 “온도”는 영화상에서 직접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간접적인 수단에 의존할수 밖에 없는데, 이 영화에서는 시종일관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다던지, 강렬한 햇살을 보여준다던지 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본 장면에서는 높은 기온을 표현하기 위해 재판정의 사람들이 부채를 연신 흔들어 대는 간접적인 수단이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