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다음을 밝히고 시작해야 겠다. 나는 우리나라가 정치과잉주의에 심하게 빠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즉, 국민들이 정치의 역할을 많이 과장해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라는 것이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혹자가 생각하는 것 만큼 우리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영향력을 지닌 것은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특정한 당이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그것이 나의 큰 관심사가 되지는 않는다. 이 글은 진영주의를 떠나 아주 드라이하게 “예측과 의사결정 차원”에서의 판단이다.
일단 결론 부터 말하고 시작하자. 나는 다음과 같이 예측한다.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를 하지 않을 것.
윤석열 후보가 단일화와 관계없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됨.
판단의 근거는 단순하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추이상 윤석열 후보를 이재명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추격하는 형국인데, “정권교체”라는 심플한 쟁점을 선점한 윤석열이 유리한 상황속에서 현재까지의 이재명 후보의 선거전략으로 볼때 남은 기간동안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힘들 듯 하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측의 전략을 좀더 자세히 검토해보자. 일단 윤석열 후보의 처와 관련된 쟁점들은 공격의 효과가 그리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중은 “질투심”을 유발하는 것에 반응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과거 최순실, 조국등의 사건은 대중과 동질적으로 여겨지는 자들과 관련된 문제였기에 대중의 질투심을 자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의 처를 대중들이 자신들과 동질적으로 인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같은 구조적 차이때문에 공격의 효과가 거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 쟁점이 윤석열이 무능하다는 쟁점과 이재명의 행정 경험이란 홍보 포인트를 흡수해버려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수도 있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 보면, 전략적 측면에서 과감하게 “기본 소득제”라는 단일 주제를 강력하게 몰고 갔어야 했다. 즉, 기본 소득제를 할것인가 말것인가가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되도록 유도했어야 했다. 왜 그가 수년간 공들였던 자기만의 브랜드를 써먹지 못햇는지 의아하다. “사회주의자”라는 공격을 피해 안전하게 가려던 셈이었을까? 하지만 간발의 차로 승패가 갈리는 대선에서는 과감한 공격이 최선의 방어가 된다.
안철수 후보는 나름 꿈이 큰 사람이다. 단일화와 관련된 그의 의사는 이 틀에서 파악해야 한다. 어지간한 조건으로는 단일화를 하지 않는 것이 차기 대선을 노리는 그에게 유리하다(설사 여론조사 지지도가 낮더라도 말이다). 따라서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속에서 윤석열 후보 입장에서는 무리한 협상은 하지 않고 적당히 소극적인 자세로 임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물론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의 실익이 크지 않으므로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없다. 결국 단일화는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대선후의 민주당은 구심점을 잃게 되어 큰 혼란을 겪을 것인데 이낙연계가 일단 주도권을 잡아 수습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당내의 혼란이 있을 것이고 심할 경우 분당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대선 예측 결과에 대한 단상>
3월 9일 나의 예측과 같이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었다. 정밀한 방법론에 따른 예측은 아니었지만 나의 예측과 대선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평을 아래와 같이 남겨본다.
1. 윤석열 후보의 당선
일단 결과 자체는 맞췄지만 예상외로 박빙의 승부였다. 이는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질과 경쟁력이 많이 떨어지는 입장에서 오직 정권교체라는 타이틀에만 의존할 수 없었던점과, 이재명 후보의 막판 공격적인 선거운동 덕분이다.
2.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성사
나는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것으로 예측했으나 결과적으로는 틀린것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안철수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인데, 결국 나는 두가지 측면중 하나, 혹은 두 측면 모두에서 틀린셈이 된다. 즉, 내가 안철수의 야망을 너무 고평가했거나 윤석열의 상황을 너무 여유있게 본 셈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내용을 우리가 알수는 없지만 안철수와 윤석열 상호간에 어느정도 만족스러운 협상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는 그동안 다자구도를 이끌어가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꼈고 보수 진영에 정식 편입된다는 작은 조건에 만족했던지 아니면 윤석열의 상황이 크게 좋지 않아 나름 큰조건을 내걸고 양보를 했다는 뜻이 된다. 앞으로 그들의 행보를 보아야 어느 쪽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3.구글 트랜드의 실패
선거에 있어서 가장 신뢰할 만한 유용한 도구는 역시 여론조사이다. 이를 전통적인 도구라 해서 무시하면 안된다. 물론 모든 과학이 그렇듯이 여론조사 역시 100% 정확하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통계학에 기반한 여론조사가 그나마 가장 믿을만한 도구인 것이다.
4.보다 정확한 선거 예측을 위하여
위 나의 예측은 일종의 정성적 예측이었는데 사실 정교한 예측이라기 보다는 재미삼아 한 것에 가깝다. 개인적으로 머신러닝과 통계학에 기반한 보다 정확하고 합리적인 계량적 선거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앞으로 다가오는 지선 선거에서 활용할수 있게 되기를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