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버블과 투기의 본질에 대하여
비트코인 시장이 버블이고, 비트코인 투자가 사실은 탐욕에 찬 불건전한 투기라면, 비트코인을 바로 외면하라는 소리일까요? 반드시 꼭 그런 소리는 아닙니다. 이 책은 초등학교 도덕교과서가 아니라 투자책입니다. 여러분이 비트코인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지, 하품 나오는 도덕관이나, 근면 성실함, 노동의 소중함 따위를 실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비트코인과 같은 버블시장에서 돈을 투입하는 투기행위가 여러분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볼 차례입니다.
– 버블시장은 어떤 특징을 갖는가?
역사상 수많은 버블시장이 존재하여 왔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열풍부터 시작하여, 2000년대초반의 닷컴버블까지 그 대상은 다양하지만, 모두 어리석은 군중들의 광기를 원동력으로 쌓아 올린 거품이, 종국에는 순식간에 꺼졌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같습니다.
이제 버블시장의 구체적인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닷컴 버블 기간동안의 미국 나스닥 지수>
위 차트는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기업들을 대상으로 “묻지마 투기”가 행해지던 소위 “닷컴버블”시기의 미국 나스닥 시장의 주가 변동표입니다(나스닥은 수많은 개별종목들을 대표하는 지수이므로, 각각의 개별 기업들의 실제 지수의 등락폭은 위 차트보다 훨씬 드라마틱하게 클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합시다).
폭등이 일어나기전 단계에서는 이른바 “현명한 투자자(Smart Investor)”들의 매집이 이루어지며 시세는 평탄하게 오르기 시작합니다. 시세가 상당히 오른 어느 순간 TV방송, 인터넷등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대세”라는 허황된 믿음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퍼져 나갑니다. 아무 근거도 없이 믿음을 전파하기는 어려우니, 어떤 명분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때 자주 사용되는 수법은 “이전과는 다르다”는 주장입니다. “이 투자상품은 종래 구닥다리 상품과는 전혀 다른 완전히 새로운 것이니 끝없이 오를 것이다.”란 주장인데, 이러한 상품들은 대게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고 이해하기 어렵기까지 하니, 이 같은 주장이 참인지 거짓인지 보통사람들은 판단하기가 힘듭니다. 수많은 닷컴기업들이 그랬고, 비트코인 역시 그러합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 새롭고 최첨단인거 같다. 남들 다 사는데 나만 안사면 바보되는거 아닌가?”란 생각에 비로소 일반 대중들도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합니다. 소위 “대중적 유행”이 시작되며 시세가 폭등합니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사람들은 슬슬 불안해 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거래는 오히려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시세는 지칠줄 모르고 계속 오르는데, 이러한 현상을 경제학자 케인즈는 “더 큰 바보이론(greater fool theory)”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먼저, 어리석은 투기자 즉 바보가 그보다 좀더 바보인 사람에게 매도를 합니다. 이 좀더 바보인 사람은 버블임을 알고 있지만 자기보다 더 큰 바보에게 팔 수 있을꺼란 믿음에 매수를 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좀더 바보인 사람은 그보다 더 바보인 사람에게, 그는 또 다시 자기보다 조금 더 바보인 사람에게, 이런식으로 계속 매매가 이루어지다가 더 이상 매수를 해줄 바보가 시장에 존재하지 않게 되면 거품은 순식간에 무너지게 됩니다. 이른바 “폭탄돌리기”를 하다가 결국에 폭탄이 터지는 상황이 오는 것입니다. 폭락하는 와중에 간간히 반등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완전한 끝물을 뒤늦게 잡는 구제불능의 심각한 바보들만 희생양이 된 채 시장은 영영 회복하지 못하고 다시 버블 이전, 혹은 그 이하의 수준으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 행동재무학 이야기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이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습니다. 경제학상을 심리학자가 수상하여 많은 화제가 되었는데, 그가 창안한 이 행동재무학은 버블현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므로 간단히 알고 넘어갑시다.
기존의 전통적인 경제이론들은 대부분 “합리적 인간”을 가정하고 논의가 진행됩니다. 즉, 냉철하게 자신의 금전적 이득을 세밀하게 계산한 후에 이익이 되는 행동만을 하는 “경제적으로 이상적인 인간상”을 상상하고, 이 같은 사람들 만이 사는 세상을 대상으로 경제적 현상들을 연구하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들이 그리 합리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쉽게 알수 있습니다. 손해보는 장사를 하기도 하고, 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먼 미래의 큰 이익을 놓치기도 합니다. 때로는 감정에 휘둘려 묻지마 투기를 하기도 하며, 욕심에 눈이 멀어 사기를 당하기도 합니다.
행동재무학은 이처럼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때로는 영리하지만, 때로는 어리석기도 한 “보통사람”들을 가정하고 논의를 전개하는 경제학의 새로운 접근 방식이며, 이를 위해 심리학의 방법론과 지식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학문 영역입니다.
행동재무학에서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어리석은 행동들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불합리한 행동의 대표적인 예로 “자기 과신, 편향된 판단, 군중심리, 손실회피” 4가지를 드는데, 이들 행동들을 알아두는 것은 버블의 심리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이 같은 행동들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먼저 자기과신은 사람들은 지나치게 자신의 능력을 믿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자신이 대박을 낼 것이라는 착각을 흔히 합니다. 주식시장을 예로 들자면, 통계적으로 개인투자자가 1년후 이익을 낼 확률은 채 10%도 되지 않습니다. 90%가 손해보는 상황속에서도 대부분의 투자자는 장미빛 미래를 꿈꾸며 투자에 임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자기과신은 버블 상황속에서도 다르지 않는데, 이처럼 자기과신에 빠진 투자자들이 참여함으로써 버블의 크기는 더욱 커지게 됩니다.
편향된 판단은 쉽게 말해 “편견과 착각에 빠진 판단”을 의미하는데, 투자자들은 확률적으로 승률이 매우 낮은 상황임에도 높다고 착각을 하거나, 자신이 투자의 승패를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등 수많은 착각속에서 투자에 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같은 착각들은 성공률이 극히 낮은 버블시장속에서도 과감히 투자에 나설수 있는 용기를 주게 됩니다.
군중심리는 여러 개인들이 모인 군중속에서는 어떤 생각과 판단이 쉽게 전파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비트코인 사면 대박난다”는 판단을 1명이 말하면 긴가민가 하겠지만, 10,000명이 말하고 있으면, 그 주장이 참인지 거짓인지와 무관하게 쉽게 믿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비트코인의 경우는 인터넷 커뮤니티등을 통해 투자자간에 정보교류가 활발히 일어나므로, 그만큼 군중심리에 따라 잘못된 판단도 개개인에게 쉽게 전파되고, 집단적 믿음을 형성하게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손실회피는 손실을 보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심리를 말합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이 손실회피의 정확한 의미는 이익의 기쁨과 대비되었을 때 드러납니다. 즉, 사람들은 이익으로 얻는 기쁨보다 손실로 인한 슬픔을 훨씬 더 크게 여기며(연구에 따르면 약 2.5배이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버블시장에서 버블이 꺼지기 시작할 때, 상당수 투자자들은빠져나오지 못하고 끝까지 버티다가 쪽박을 차게 되는데, 이는 손실회피 심리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매도를 하는 순간 손실이 확정되므로, 본전 생각이 들어 매도를 못하고 끝까지 버티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행동재무학이 제안한 투자자들이 저지르는 대표적인 4가지 비합리적인 심리상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어떤 상품에 투자를 하든 자신이 이러한 심리상태에 빠진게 아닐까 항상 경계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제 다시 버블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 버블시장 속에서의 투자 전략
지금까지 버블시장의 구조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앞서 밝혔듯이 비트코인도 버블시장에 속하니, 이제 이러한 난이도 높은 버블시장에서 도대체 어떻게 투자(혹은 투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볼 차례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버블의 가장 꼭대기 지점의 가격을 예측하여, 그 이전에 최대한 매수를 한 후, 그 꼭대기 최고점에 다다르기 직전에 몽땅 매도를 해버리고 최대의 이익을 실현한 후 빠져나오는 것입니다. 일단 4장에서 밝혔듯이, 주식시장에서 널리 통용되는 기술적분석 기법으로는 버블시장의 최고점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다른 기법인 기본적 분석은 버블시장속에서 매매에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며, 더구나 비트코인 시장에서는 활용 자체가 어렵다고 이미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최고점을 알아낼 방법은 없을까요? 네, 없습니다. 역사상 버블의 최고점을 예측하기 위해 수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도전했지만 성공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아마 이러한 방법을 찾아내기는 힘들 것이니 설령 그러한 마법과도 같은 방법을 알아내겠다고 마음먹으셨다면 일찌감치 포기하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차선책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최고점 예측은 불가능하니, 일단 “적당히” 눈치를 살펴가며 조금씩 매수를 하다가, 시세가 “상당히” 떨어지면 폭락의 시작으로 보아 조금 서둘러 전부 매도하고 시장에서 빠져나오는 것입니다. 최대의 이익은 실현하지 못하겠지만, 언뜻 꽤나 안전해 보입니다. 위와 같은 방법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추세추종형 전략”이라고 멋드러지게 불립니다. 허나 멋있는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먼저 위에서 제가 굵은 글씨로 강조한 부분인 “적당히”, “상당히” 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할지가 문제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경우가 적당히 매수를 할 지점인지, 구체적으로 몇 %가 하락해야지 상당히 많이 떨어져서 매도를 해야 할 지점인지 과학적으로 확정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들 지점을 어떻게 확정하는지에 따라 투자의 성패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결국은 감에 의존하여 대강 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쉽게 말해 그냥 운에 따라 투자의 결과가 나올 것이란 소리입니다. 실제로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학문적으로 연구된 여러 논문들에 따르면 이러한 추세추종형 전략은 빈번한 매매를 발생시켜 증권사에 수수료만 퍼주는 어리석은 전략임이 밝혀졌습니다.
– 결국은 확률 게임으로 간다.
비트코인과 같은 버블시장은 극도로 변동성이 크고 시세의 예측과 미래가 어떻게 진행될지의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사실상 여러분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단 한가지만 남게 되는데, “확률에 의존하는 전략”입니다. 즉, 여러분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은 확률게임을 하는셈이 됩니다. 쉽게 말해 룰렛, 제비뽑기, 사다리타기와 같이 “모든걸 순전히 운에 걸고 찍는 게임”을 하게 된다는 소리입니다. 이러한 확률게임은 단 한가지 특성을 갖는데, “확률에 따라 모든 결과가 정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 시장에서 돈을 벌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관련된 통계 자료는 없습니다. 대신 주식시장에 대한 자료는 존재하는데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의 개인투자자들의 수익확률은 4~ 10%정도입니다. 즉, 개인투자자 100명중 본전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사람은 불과 4명에서 많아야 10명정도란 소리입니다. 이 숫자에는 본전에 가까운 시원 찮은 수익을 본 사람도 포함된 것이므로, 투자자들이 바라는수십배 가까운 수익, 소위 “대박”을 치는 경우는 많아야 1명이 될까말까한 수준입니다. 주식시장은 하루에 등락한도가 30%로 제한이 되어있지만 비트코인 시장은 이러한 안전장치가 없어 변동성이 주식시장 보다 훨씬 큽니다. 일반적으로 변동성이 큰 위험한 시장일수록 수익을 볼 확률도 떨어지게 되니, 비트코인 시장에서의 수익 확률은 주식시장에서 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대략 1% 정도로 추정하면 합리적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숫자 역시 본전인 사람을 포함한 것이니, 대박에 가까운 큰 수익을 얻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작을 것입니다. 넉넉잡아 0.1%라 가정하면 무리가 없을꺼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1000명중 1명정도가 엄청난 이익을 보고, 나머지 999명은 손해를 보거나 시원찮은 수익 정도를 얻는 곳이 비트코인 시장인 것입니다. 물론, 여러분이 이익을 보는 1명에 속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학적으로는 여러분이 나머지 불운한 999명에 속할 확률이 극도로 높다는 것과, 여러분이 혹시나 대박을 내는 1명이 되더라도 그것은 그저 억세게 운이 좋았을 뿐이지 여러분의 투자 실력 덕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 이제 여러분이 비트코인에 투자를 해서, 억세게 운이 좋아 위에서 말한 성공한 1명에 속하게 되었다고 가정합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 대박의 결과가 그저 “억세게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진실을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거의 대부분의 “운좋은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성과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모른채 모든 공을 자신에게 돌립니다. 자신이 투자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서, 자신의 투자기법이 완벽해서 성공했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확률의 저주가 시작 됩니다.
겉면에 1에서 6이란 숫자가 적힌 주사위를 정확히 “여섯번”을 던진다고 가정합시다. 그렇다면 각각의 숫자는 과연 몇번씩 나올까요? 각각의 숫자가 나올 확률은 정확히 1/6로 똑같으니, 많은 분들이 1, 2, 3, 4, 5, 6이 골고루 한번씩 나온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주사위 던지기를 해보면 특정 숫자들이 편중되어 더 많이 나오게 됩니다. 예를 들면 1이 세번 나오거나 2는 한번도 나오지 않거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는 확률은 충분히 많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만 진리인 규칙이기 때문입니다.(이를 대수의 법칙이라 합니다.) 만약 위 주사위를 충분히 많이, 이를테면 1000번을 던지게 된다면 각각의 숫자가 나오는 횟수는 정확히 1/6의 비율에 가깝게 될 것입니다. 이는 사건이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결국에는 정해진 확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우연히 발생되는 행운은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앞서 설명한 비트코인 투자에 성공한 억세게 운좋은 주인공에게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됩니다. 그는 자신의 성공이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란 진실을 모른채,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게 됩니다. 이미 엄청난 대박을 맛보았기 때문에 얼마되지도 않는 일당을 받는 직장생활에 염증을 느낄 것이며, 또다시 비트코인과 유사한 변동성이 큰 위험한 버블시장에 자신있게 뛰어들 것입니다. 이른바 투기행위에 중독이 되는 것입니다. 비록 이전의 비트코인에서의 0.1% 확률에서는 성공하였지만, 그 행운이 또다시 반복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이를 수학적으로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버블시장에서 대박날 확률 *
1번 대박: 0.1%
2번 대박: 0.1% x 0.1% = 0.0001%
3번 대박: 0.0001% x 0.0001% = 0.0000000001%
물론 위 계산은 편의를 위해 대박 확률을 일률적으로 0.1%로 고정한 것으로 결과값 자체는 그리 엄밀한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버블시장에서의 투자행위가 반복될수록 대박이 날 확률은 가뭄에 콩이 풍년 날 정도로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버블시장에서 한번 성공을 맛본 투자자는 자신감에 도취됩니다. “더 많은 돈을 투자했더라면 더 많이 벌었을텐데”라고 말하면서 어쩌면 지난번 투자에서의 자신이 보여준 소심함에 아쉬움을 가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두번째 투자에서는 그동안 자신이 번 돈에 여기저기 빌린 돈까지 합하여 이전보다 더욱 많은 돈을 투자하게 됩니다. 물론 두번째, 세번째에서는 더 이상 행운은 따라주지 않게 되고, 모든 돈을 날리게 됩니다. 이보다 약간은 현명한 투자자는 원금은 별도의 계좌에 분리해놓고, 그동안의 이익만을 재투자 하는 식으로 나름의 “심리적 방어장치”를 만들어 두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번에 일시불로 망하느냐 여러 회에 걸쳐 할부로 망하느냐의 차이이지 결국에는 망한다는 사실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투기의 본질을 체득하지 못한 투자자는 대박낼 욕심을 못이기고 스스로 정한 방어장치를 풀고 결국에는 원금에까지 손을 대기 때문입니다.
투자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과 같은 것입니다. 단 한순간의 수익으로 최종 결과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 개인의 전 생애에 걸친 성과가 그 사람의 최종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한번의 투자에서 1000%의 수익을 보았다고 해서 그리 부러워할 일은 아니며, 그 수익에 감동하여 나도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투자할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 사람이 과거에 다른 곳에서 -1000%의 손해를 보았는지, 아니면 미래에 그렇게 손해를 볼지 우리는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인생은 한방인데, 배짱있게 질러야지 그렇게 구구절절 머리로 따져서 언제 부자가 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말도 물론 틀린말은 아닙니다. 때론 불확실한 상황속에서 직관과 감으로 배짱있는 결정을 하여 나라를 구한 위인들도 많으니까 말입니다. 허나 이는 말그대로 나라를 구할때의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의 그 배짱과 패기는 비트코인과 같이 조잡한 곳에 낭비하지 말고 잘 아껴뒀다가 진정 가치 있는 곳에 쓰는게 나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