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비트코인이란 무엇인가?
사실, 최소한 비트코인 투자에 있어서는 비트코인의 정의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즉, 비트코인 투자만을 위해서라면 비트코인 그 자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이는 마치 자동차 운전을 위해서 가솔린엔진의 4행정 매카니즘을 이해할 필요가 없으며, 리눅스 커널의 구조를 몰라도 스마트폰 사용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비트코인이 “블록체인”이라는 첨단 기술에 기반하고 있는 탓에, 투자자들이 이 기술 자체에 지나치게 매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에의 과몰입은 비트코인을 쓸데없이 고평가하는 원인이 됩니다. 여러분은 비트코인 엔지니어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행위와 기존의 투자대상인 주식, 부동산, 채권, 원자재등에 투자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즉, 최소한 비트코인 투자에 있어서는, IT지식보다는 종래의 전통적인 재무학(Finance)적 사고방식이 더 효과적입니다. 비트코인도 투자의 역사상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아이템들 중 하나일 뿐이며, 그것이 생소한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여 유달리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암호화 작업을 수반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구현한 세계 최초의 가상화폐”
이것이 비트코인의 정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사토시 나카모토” , “암호화” , “블록체인” , 그리고 “가상화폐”가 되겠는데, 각각을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토시 나카모토는 누구인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란 사람이 인터넷에 ‘비트코인 : 개인간 전자 화폐 시스템’이란 제목의 9장짜리 소논문을 공개 합니다.
(논문 영문 원본: https://bitcoin.org/bitcoin.pdf )
이 사람이 비록 일본인스러운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진짜 국적이 어디인지, 직업은 무엇인지,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신분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한사람이 아니라, 여러명으로 구성된 집단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위 사람이 매우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과, 현대 자본주의의 병폐에 대한 고상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을 투자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는 여러분은 저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아무 상관없다는 것입니다. 비트코인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사토시 나카모토씨에게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표하고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 암호화란 무엇인가?
한국어의 ‘암호’란 단어는 영어에서의 ‘password’ 와 ‘cipher’, 두개의 다른 의미로 쓰이는데, 여기서 암호화란 후자를 의미합니다. 즉, 인간이 눈으로 보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평문 정보를, 눈으로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암호문 정보로 전환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쉬운 예를 한가지 들겠습니다.
위 그림은 로마의 정치가였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사용했다고 알려진 “카이사르 암호화 기법”의 개략도 입니다. 위쪽 사각형들은 ‘평문’을, 아랫쪽 사각형들은 ‘암호문’을 의미하는데, 위쪽의 ABC 라는 문자열이 일정한 규칙을 거쳐 DEF 라는 암호문으로 전환된 것을 볼수 있습니다. 이때 이 “일정한 규칙”은 “각 문자들을 오른쪽으로 3칸씩 이동시킨 문자에 대응시켜라” 가 되겠습니다.
비트코인 시스템은 이러한 암호화 작업을 수반하여 작동되는데(물론 위 카이사르 암호보다는 훨씬 복잡한 수학적 규칙에 의한, SHA-256이라 불리우는 암호화 기법이 사용됩니다.), 이는 타인에 의한 부정한 해킹을 방지하여 전체 비트코인 시스템의 신용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입니다.
– 블록체인이란 무엇인가?
블록체인이란 말그대로 가상의 공간내에 구현된 여러 개의 블록이 서로 연결되어 체인 형태를 이루고 있다는 것인데, 이 블록에는 비트코인 거래 내역과 위에서 설명한 암호화에 필요한 정보가 들어가게 됩니다. 이 같은 정보 덩어리가 복잡하게 체인을 이루어 연결되어 거래의 무결성, 즉 거래가 진실하게 이루어졌음을 증명하게 됩니다. 이 블록체인 기술은 전체 비트코인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기술인데, 자세한 작동원리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의 가장 마지막 장에 부록으로 첨부해 놓았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만, 이 역시 비트코인을 투자의 대상으로 접근하시는 분들은 전혀 알 필요가 없는 내용입니다. 오히려 복잡한 기술적 설명을 보게 되면 비트코인을 과대 평가하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모르는게 약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가상화폐란 무엇인가?
비트코인은 원화나 달러화와 같이 손에 잡히는 실물이 없이 인터넷 네트워크망을 통해 전송되는 “가상적으로 구현된 화폐”입니다. 이미 게임등에서 널리 사용되어 지고 있는 사이버머니와 다른점은 현실세계에서도 결제행위가 가능하다는 점과, 게임회사와 같이 화폐의 가치를 보증하는 특정인이 없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비트코인의 대략적인 정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비트코인 자체가 무엇인지, 어떤 기술이 사용된 것인지 자세히 알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저 “0과 1로 구성된 디지털 코드가 화폐처럼 사용되나 보다” 정도로 흐리멍텅하게 이해해도 비트코인 투자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학구열이 넘치는 일부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알 필요가 없다고 죄다 넘어가버리니 이 책 괜히 산건가”하고 속은 기분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중요한 이야기를 할 것이니 일단 안심하시고 다음장으로 넘어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