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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은 가장 아름다운 자연물 중에 하나인데, 컬러보다 흑백 영상으로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기에 더 어려운 것 같다. 그 원인을 파악하려면 설경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에서 부터 시작을 해야 하겠는데, 먼저 하얗게 덮인 눈은 일상에서 쉽게 보기 힘든 광경이라 새롭게 느껴지고, 흰색의 배경하에서는 어떤색의 물체든지 도드라지게 부각이 되는 효과(눈 덮인 산위에 빨간옷을 입은 사람 한명이 서있다고 상상해 보라!)가 있다. 따라서 흑백의 영상에서는 말 그대로 베이스가 되는 컬러 자체에 이미 흰색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위와 같이 새로운 느낌과 부각시키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게 된다.
이 영화에서도 설국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설경의 아름다움은 거의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였다. 위와 같이 흑백에서의 불리한 점을 그대로 안고 촬영되었으며, 심지어 50년대의 낮은 카메라와 필름 기술로 촬영되어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참고로 홍상수 감독의 <강변호텔>은 흑백으로 촬영되었음에도 설경의 아름다움을 상당히 잘 담아내었는데, 여기서는 눈이 다소 하얗게 과장되어 부각되도록 노출을 크게 하였으며, 등장인물의 옷을 흰색과 대비되도록 무채색의 컬러와 단순한 스타일로 코디하였다.
아무튼 이 영화에서는 자연눈보다는 오히려 위 영상과 같은 인공눈의 표현이 더 인상적이다. 실내 세트장에서 촬영된 장면인데, 창가에 흩날리는 인공눈의 모습이 운치있고 아름답다. 이러한 인공눈은 영화상에서 보이는 것과 다르게 실제로는 각종 화학약품이나 왁스, 소금등을 섞어 제조했다고 한다. (참고 문헌: https://aframe.oscars.org/news/post/how-filmmakers-make-fake-snow)
흑백의 왜곡이 가져오는 일종의 착시현상을 이용한 것이라 할수 있겠는데, 비슷한 예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그의 영화에서 비가 내리는 장면은 비를 부각시키기 위하여 물에 파란 물감을 타서 뿌렸다고 한다. 컬러 영상에서는 물론 이것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흑백 영상에서는 티가 안나고 오히려 왜곡을 이용한 효과적인 수단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