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에릭 로메르의 영화는 기본적으로 일련의 “긴 대화 – 짧은 컷 위주의 장소 이동 – 긴 대화 – 짧은 컷 위주의 장소 이동…”식의 구조를 갖고 있다. 결국 영화는 대화의 구성에 크게 의존하게 되는데, 이점에 있어서 로메르의 영화는 대단히 문학적이라 할수 있으며 그의 영화가 어느정도 문학의 한계에 갖힐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제시된 장면은 긴 대화후에 이루어진 점프컷 위주로 구성된 장소 이동 장면인데, 대단히 감각적인 컷의 리듬감을 보여준다. 이러한 컷 씬은 앞서의 긴 대화와 이후에 이루어질 긴 대화의 정적인 느낌을 중간에서 속도감으로 보완하여 균형감을 맞춰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2
현장성은 아마추어리즘을 지향하는 누벨바그 영화의 특징이다. 제시된 장면의 배경을 보면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 이들은 고용된 엑스트라가 아니라 실제 식당의 일반인 손님들이다. 심지어 이들은 카메라와 촬영현장을 쳐다 보면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영화 현장을 전혀 통제 하지 않고 현실의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까지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관객은 영화속에서 영화가 만드는 허위의 재현과 영화에 아울러 담긴 실재 현실을 동시에 만나게 되는 셈이다. 이것이 영화에 정확히 어떤 효과를 줄지는 좀더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3
두 남녀의 대화 장면 씬이다. 가까워지고 있는 단계에 있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듯, 같은 테이블에 근접해 앉아있다. 처음에는 카메라가 두 사람을 미디엄샷으로 포착하지만 대화가 진행될수록 아주 느린 속도로 남자에게 줌인하여 남자를 단독으로 잡는다. 이 지점부터는 일반적인 분리 병치의 방식으로 대화에 따라 적절한 리듬으로 남녀를 서로 번갈아 보여준다. 마지막은 처음의 줌인과 대응이 되도록 반대의 줌아웃으로 두 사람의 미디엄샷으로 복귀함으로서 전체 씬을 마무리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