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영화의 주인공은 편집증 환자로 수비학에 심취해있다. 그는 피해망상, 강박, 대인기피등 여러 증세에 시달리고 있는데, 영상은 주인공이 집밖에 나가는 장면이다. 밖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후 문을 여는데, 자물쇠가 여러개가 있고, 각각을 여는 장면을 일정하게 짧은 쇼트로 효과음과 함께 규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그의 강박적이고 규칙에 집착하는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같이 문을 여는 장면은 영화의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반복적으로 보여주어 그의 성향을 강조해준다.
#2
주인공이 지하철에서 미행을 당하고 있다는 망상을 품고 누군가를 추적하는 씬이다. 씬 전체를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하여 흔들림을 강조함으로써 추적의 역동성을 살렸다. 여기서 특징적인 것은 쇼트의 끝 혹은 시작부분에 크게 과장된 흔들림을 넣어주어 컷을 자연스럽게 가려지게 하여 연결한 점이다. 이 특징은 중반부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는 마지막 부분과 후반부 지하철역에서 막 나오는 부분에서 확인할수 있다. 이 효과는 역동적이고 부자연스러운 흔들림이 역설적으로 쇼트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부분이다. 우리 뇌는 강한 자극(영상에서는 과장된 흔들림)이 입력되면 동시에 입력된 약한 자극(컷의 단절)은 무시된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아울러 위의 두 부분은 영상내에서 새롭게 양상이 전환되는 작은 부분이라고도 할수 있는데(추적과정에서 분위기가 전환되는 작은 부분이다), 위와 같은 과장된 흔들림이 상황이 전환된다는 것을 관객에게 알려주는 선언적 시그널로도 기능한다.
#3
주인공이 방문앞에 서있는 쇼트에 이어 책들이 보인다. 이어서 다시 주인공을 비추는데 그는 이미 방안에 들어와있다. 여기서 관객은 예상과 달리 방안에 들어온 주인공을 보고 심적으로 약간의 의외성을 느끼게 된다. 다시 어항의 물고기를 잠시 비추고 다시 주인공의 모습이 이어지는데 그는 이번엔 의자에 앉아 있다. 여기서도 상기와 같은 효과를 관객은 느끼게 된다.
언뜻 점프컷으로 착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은 점프컷이 아니고 단순히 주인공이 영상밖에서 이동하는 시간동안 다른 사물을 보여준것 뿐이다. 그럼에도 마치 주인공이 시공간을 도약하여 이동한 것같은 느낌이 든다. 이를 점프컷과 비교해 본다면 점프컷은 영화적 시간에 왜곡을 주게 되나 본 영상은 어떠한 시간적 왜곡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