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자기개발서 시크릿의 새로운 시리즈가 발간되었다. 시크릿은 신비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의지지향적인 자기수양 기법을 담고 있는데, 이러한 종류의 책들중 가장 성공한 책이 아닌가 싶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기법은 신경증 환자들에게는 물론, 정상인의 정신건강에도 매우 해롭다. 아래에서 그 이유를 밝혀본다.
시크릿의 원리는 간단하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강렬하게 생각을 하면 그것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간편한 방법인가? 이러한 간편함이 시크릿이 대중적으로 성공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여기까지는 여타 의지지향적인 기법들과 대동소이하지만, 시크릿은 여기에 그것의 독특한 사상을 덧붙인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이유가 “우주가 도와주기 때문이다”라는 심오하고도 놀라운 발상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에 우리를 도와주는 신비로운 힘이 존재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어떠한 명제의 근거가 없다고 해서 그 명제가 반드시 거짓인 것은 아니지만, 시크릿이 주장하는 우주의 힘이 있을 가능성과 우주 어딘가에 뿔이 달리고 입에서 불을 뿜는 핑크색 돼지가 존재할 확률이 논리적으로 정확히 동일하다는 점에서 나는 시크릿이 주장하는 이같은 힘의 존재를 믿기가 힘들다.
논의의 편의를 위해 시크릿 이론에서 우주의 힘을 소거시킨다면, 결국에는 우리의 의지만 남게 되는데, “이 강렬한 의지가 어쩌면 우리의 사기를 복돋아 일이 잘풀리게 해주진 않을까?” 하는 가설을 만들어 볼수도 있겠다. 허나 이 가설도 시원찮은 결과를 낳을 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볼때, 우리가 가진 의지의 힘은 그리 강력하지 않다. 어떤 습관을 고치기 위해 큰 마음을 먹었으나 작심삼일만에 흐지부지된 기억을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시크릿이 주장하는 간절히 원하는 상상의 힘은 마약과도 같은 것이다. 그 순간에는 마치 모든것이 잘될것만 같은 기분에 마음이 따뜻해지지만, 이 따뜻함은 채 몇십분을 지속하지도 못한채 사라져 버린다. 행여나 자신의 일에 실패라도 한다면, 깨진 희망에 더 큰 절망을 맞이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의지를 발휘하느라 불필요하게 자아에 집중하게 되고, 이는 내면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이렇게 커진 불안감을 막느라 의지를 더 크게 발휘할수 밖에 없다. 결국 정신력을 소모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시크릿의 부작용은 특히 강박증과 같은 신경증 환자에게 더욱 크게 다가온다. 자아를 과하게 의식하고 의무감에서 강한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강박증세가 완전히 시크릿의 기법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즉, 강박증 환자가 행여나 시크릿의 내용을 따라하다가는 증세가 증폭될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시크릿의 내용이 그리 생소한 것은 아니다. 시크릿 역시 고대로 부터 내려오는 신비주의적 발상의 연장선 상에 있다. 이를 “플라톤 주의”적이라고 할수도 있는데, 1)연역적 발상을 핵심 아이디어로 하고, 2)자아의 내면에 어떠한 힘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자아에 그와 같은 신비한 힘이 있을리 만무하고, 연역적 사고도 수학과 같은 분야에서는 그 힘을 발휘하지만, 그 사고가 가진 “필연성”이라는 특징 덕분에 역사상 수많은 사이비적 교조주의의 수단이 되어 왔다.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 설사 그것이 나에게 가슴아픈 진실이더라도 — 지적 진실성만이 우리의 정신을 맑고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유일한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