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라는 망령은 언제야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될까? 민족주의라는 간편하고도 흥미진진한 도구로 온세상을 바라보는 자들이 참으로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친일파일까?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일제시대 원조 친일파들이 왜 친일파가 되었는지 그 원인을 따져보아야 한다. 친일 인사 개개인 별로 각자의 구구절절한 사정이 있겠지만 아주 대략적으로 일반화하자면 결국 이들이 친일파가 된 원인은 “새로운 선진 문물에 대한 동경”과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의 결합이라 말할수 있겠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독립한지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와서 친일파가 된다면 위에서 말한 두가지 동기를 충족시킬수 있을까? 물론 그럴리가 없다. 현대의 일본은 더이상 새로운 선진문물을 가진 국가라 볼수도 없으며 친일행위를 한다고 해서 딱히 윤석열 개인의 사익이 만족될리도 없다. 이렇게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보아도 윤석열 대통령이 친일파라는 소리는 황당한 망상임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을 친일과 결부시키는 것은 그같은 행위가 신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애국”과 “이데올로기 싸움”은 당파를 떠나 우매한 대중에게 이렇게 즐거움을 안겨다 준다.
심리학적으로 이들에게는 “확증편향”의 증세도 보이는데, 윤 대통령의 모든 행위를 “친일”에 방점을 찍어 억지로 이해하다보니 정말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나는 이같은 증세를 보이는 자들에게 의식적으로 윤 대통령이 행한 “반일행위”를 한번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그가 마치 독립운동가 처럼 보일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을 “친일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누구나 친일파로 만들수가 있다. 예를들면, 고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 문화를 개방한 사람인데, 그렇다면 그도 친일파일까?
윤석열 대통령은 친일파가 아니고 “친미-고전적 시장 자유주의자”이다. 그는 시장주의를 지지하는 국가들끼리 뭉쳐야 한다는 나이브한 사상을 가지고 있다. 일본도 시장주의 국가이고 이 때문에 그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가 연합해서 반-시장주의 국가인 중국과 북한에 대항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의 친일적 표면은 이같은 사상의 부산물일 뿐이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전략은 여러가지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를 친일파로 모는 행위는 그가 가진 “진짜 문제”를 놓치게 만들고 국가 관계를 어그러뜨려 놓으며 망상적인 민족주의를 후대에도 계속 이어지게 만든다. 이같은 대중의 어리석음을 바로잡아야할 책임이 정치인들에게 있는데, 오히려 일부 정치인들은 이를 부추기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대표적인 자가 바로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인데, 그는 불필요하게 독도에 방문하여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하고 연일 “반일 이데올로기”를 외쳐대고 있다. 그는 위에서 설명한 구도를 알고 그러는 것일까 모르고 그러는 것일까? 알고 그런다면 기회주의자요, 모르고 그런다면 무지한 자일텐데 어느쪽이든 좋아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