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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영화
최근 인공지능이 예술 창작 영역에도 침범해 들어와 많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소설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모습에 많은 분들이 깜짝 놀라시곤 하는데, 이는 그동안 막연하게 “예술은 뭔가 인간적이니까 기계는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대단한 오해이고, 이러한 오해는 인공지능의 구현 원리와 예술 활동의 결과물에 대하여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됩니다. 그렇다면 영화 영역은 어떠할지, 인공지능이 영화도 정복하게 될지 잠시 검토해보도록 하죠.
현대의 인공지능 기술은 대게 대량의 샘플을 컴퓨터가 고속으로 학습하여, 그것에서 일정한 원칙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구현됩니다. 따라서 알파고가 대량의 바둑 기보를 학습하여 바둑 두는 원칙을 세우는 것처럼, 대량의 영화 시나리오를 인공지능이 학습하여 관객이 좋아하는 시나리오 창작 원칙을 습득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일단 각본가들은 큰일났군요!!😱 영화감독은 어떨까요? 완벽한 인공지능 각본가만 탄생된다면 영화감독은 아얘 필요 조차 없습니다. 시나리오가 곧 프로그램이 되므로 그냥 프로그램대로 촬영만 하면 되거든요. 오! 그래도 불행중 다행이네요. 그렇다면 촬영감독과 배우는 살아남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촬영감독과 배우도 안전하지 못합니다. 일단 영상 역시 인공지능이 학습할수가 있습니다. 수많은 영화 영상을 학습하여 인공지능이 시나리오에 최적화된 영상을 선택할수가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배우는 인조인간 로봇으로 대체되는 것일까요?🤖 그럴 필요도 없이 영상 전체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생성하면 됩니다. 즉, 배경과 배우 모두 그래픽으로 구현되는 것이죠. 마치 애니메이션처럼 말입니다. 아래는 “언리얼 엔진”이라는 비디오 게임과 애니메이션등의 제작에 널리 쓰이는 그래픽 기술의 데모 영상입니다. 영상속의 모든 등장인물과 배경은 100%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된 것이며 실제 배우나 풍경은 전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잠시 감상해 볼까요?😊
어떤가요? 상당히 놀랍지요? 인물들의 움직임이 꽤나 자연스럽고 풍경도 거의 진짜 같습니다. 아직 100%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재의 발전속도라면 완벽한 실사 영화처럼 보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 이제 관련 기술에 대해 간단히 살펴봤으니 제가 “미래의 넷플릭스”에 대해 예견해보겠습니다.😆
미래에 여러분이 넷플릭스를 켜면 지금과는 달리 “영화 생성” 버튼이 덩그러니 있을겁니다. 그리고 옵션 몇개가 있을거구요. 여러분은 자기가 보고 싶은 장르를 골라줍니다. “스릴러”를 누르고 영화의 배경으로는 “미국”을 선택해줍니다. 그 아래를 보니 “특별 스타 선택 버튼”이 있네요. 이번달에는 추억의 중견 아이돌 그룹 “뉴진스”가 넷플릭스와 라이센스 계약이 되었네요. 뉴진스를 선택해주면 영화에 뉴진스 멤버들이 출연하게 됩니다. 물론 뉴진스는 가수라서 연기 연습을 한번도 한적이 없지만 걱정없습니다. 인공지능이 배우 김혜자씨의 과거영상을 학습하여 명연기의 원칙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가 있거든요. 여러분이 옵션 선택을 마치고 “영화 생성”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인공지능은 뉴진스 멤버들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생성하여 김혜자씨를 그속에 빙의시키고, 왕가위 감독의 미장센 원칙에 맞추어 히치콕 감독 스타일의 시나리오에 따라 여러분만을 위한 새로운 영화를 수십초안에 만들어 재생시킵니다. 기존에 촬영된 영화가 재생되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 맞추어 완전히 새로운 영화가 즉석에서 창작되는거죠.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분들 중에 영화 감독이나 배우 지망생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여기까지 읽고서 “아무래도 내일 노량진 학원이나 등록해야 겠다. 엄마 말씀대로 공무원이나 하는게 좋겠어. 공무원 합격은 에듀윌이라던데..” 뭐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렇게 성급하게 결론내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저는 정말로 미래의 영화 시장이 위 예측에 가깝게 될 것이라고 믿지만 그 시기는 대략 25년 정도로 잡습니다. 즉, 여러분은 25년안에만 뜨면 되니 아직은 시간이 꽤 남아 있습니다.👍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그렇다면 이대로 인공지능의 침략을 받아 영화 예술계에서 인간이란 인간은 모조리 사라지는 걸까요? 다행히 그런 것은 아니고 아마도 “작가주의” 영화감독과 그를 따르는 배우들은 미래에도 일정지분을 차지하며 살아 남을 것입니다.
자본주의 세계속의 작가주의
작가주의라니? 작가주의가 대체 뭘까요? 작가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영화 감독의 지위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여기서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방금 제가 말한것처럼 우리는 흔히 <아바타>를 제임스 카메론의 “작품”이라고 칭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아바타가 카메론의 영화일까요? 아바타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는 엄청나게 많은 배우들과 스텝들이 참여합니다. 특히나 아바타는 사실상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영화이므로 그래픽 작업을 수행하는 테크니션들이 매우 중요합니다. 카메론 감독이 직접 컴퓨터 켜서 그래픽 작업을 하지는 않을테니까요.😆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렇듯이 영화계도 돈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카메론 감독이 자기돈 내고 영화를 찍는게 아니고 어마어마한 투자금을 투자자나 제작사로 부터 받아 찍는 것이므로 제 아무리 유명한 카메론 감독도 물주인 투자자의 압력으로 부터 자유로울수가 없습니다. 영화 흥행을 생각해서 자신의 예술적 욕심을 자제할수밖에 없는거죠. 괜히 배짱을 부려 과감한 예술적 시도를 했다가 영화가 망하면 투자자의 신뢰를 잃게 되고 아바타 다음 작품은 물건너 가게 됩니다.
위와 같이 영화계의 상황과 영화감독의 예술혼은 서로 충돌하게 됩니다. 영화감독은 고민끝에 “적당히” 타협을 하게 되고, 결국 작품은 영화감독의 개성이 “적당히” 빠진채로 나오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상업영화들이 갖는 모습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불만을 갖고 영화에 영화감독 자신의 개성을 최대한 녹여서 만들려는 것이 바로 “작가주의”라고 할수 있습니다.
따라서 작가주의 영화는 필연적으로 위에서 설명한 상업영화와는 반대의 성격을 가질수밖에 없습니다. 즉, 작가주의 영화감독들은 스텝들의 수를 줄일수만 있다면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감독 본인이 최대한 많은 작업을 도맡아해야 자신의 개성이 살아나니까요. 그리고 투자자의 입김을 차단하기 위해 최대한 돈을 덜쓰거나 아얘 자기돈으로 영화를 만듭니다. 따라서 결국 작가주의 영화는 저예산 독립영화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꼭 저예산 독립영화라고 작가주의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주의 영화가 저예산 독립영화가 되는 경향이 많다는 말일뿐입니다. 결국 마지막 중요한 요소를 충족시켜줘야 비로소 작가주의 영화가 됩니다. 작가주의는 말그대로 영화감독이 작가가 되어 자신의 삶이나 세계관을 영화에 적극적으로 투영시켜야 합니다. 따라서 작가주의 영화감독들은 “영화가 곧 자신의 인생이고 자신의 인생이 곧 영화인 것 같은 삶”을 살게 됩니다.
작가주의 영화의 매력
여기서 작가주의 영화만이 갖는 매력이 드러나게 됩니다. 우리는 작가주의 영화를 보면서 영화감독이라는 한사람의 인생, 그리고 그가 가진 세계관과 직접 접속하여 만날수 있게 됩니다. 어떤 사람의 인생을 직접 파고 들어 살펴볼수 있다는 것은 흔하게 할수 없는 대단한 체험입니다. 아울러 그 경험은 우리 관객들의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제가 왜 인공지능시대에도 작가주의 감독들은 살아남을것이라는 말을 했는지 이해가 가시나요? 인공지능에는 인생이라는 것이 없으므로 작가주의를 흉내내는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작가주의만이 줄수 있는 매력과 그 매력을 좋아하는 소수의 관객층은 여전히 살아 있을것이므로 저는 작가주의 영화는 미래에도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입니다.😊
참고로 위에서 제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정확히 어떤 감독이 작가주의인지 분명하게 구분짓는 것은 사실 쉽지 않고 그렇게 감독들을 흑백으로 구분지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여러분의 편의상 한국의 메이저 감독들만을 대상으로 제가 구분을 지어본다면, 저는 홍상수 감독만이 작가주의적이라고 봅니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은 작가주의의 색상이 많이 흐리고 이창동 감독 역시 작가주의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꼭 홍상수 감독이 최고고 나머지는 이보다 떨어진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제 나름으로 작가주의 감독 여부를 구분지은 것 뿐입니다).
다음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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