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극히 평범한 일반적인 영화 관객들을 — 이를 테면 마블 히어로 무비 같은 영화들을 즐겨보거나, 주로 연인과의 데이트를 위해 극장을 찾는, 혹은 단순히 오락을 위해 영화를 보는 분들을 — 소위 말하는 “시네필”이라던지 “영화 매니아”라는 다른 차원(높은 차원이 아니라 다른 차원임에 주의!)의 관객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목적에서 쓰여진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영화를 잘 모르는데 영화에 대해 진지하게 알고 싶어졌다거나, 영화를 단순히 오락용이 아닌 예술 작품으로서 관람하고 싶어졌다거나 하는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이 글이 유용할 것 같습니다.아울러 이미 영화 매니아 수준이신 분들이라도 “자신이 영화를 많이 보긴 보는것 같은데 좀 중구난방인것 같다” 싶으면 일부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이 글은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들을 담은 것이라 내용이 틀리거나 여러분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 싶은 부분은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
예술로서의 영화라니 대체 무슨 소리인가?
이 글의 제목은 물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란 영화를 패러디한 겁니다. 제목을 보면 “예술로서의 영화”라고 되어있는데, “예술 영화”가 아니라 굳이 “예술로서의 영화”라 이름 붙인 것은 꼭 예술영화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영화들은 예술적인 면을 한두개쯤은 다들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로서의 영화, 바꿔 말해 영화를 예술로서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예술”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아주 큰 난관에 부딪치게 되는데, 저는 사실 예술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겁니다. 이거 시작 부터 난감한 일이네요. 예술이 뭔지도 모르면서 예술로서의 영화 어쩌고 하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제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사실 저뿐만이 아니라, 예술이 무엇인지 아주 명명백백하게 분명하게 정의를 내린 사람은 지난 수천년간 아직까지 한명도 없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당장 예술이 뭔지 분명하게는 모르지만 일단 우리는 대충 되는데로 앞으로 나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술을 일단 여러분이 “예술”이라는 말을 들었을때 머릿속에서 막연하게 떠오르는 그 느낌, 그 무언가로 이해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추가해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제가 만든 예술의 정의를 머리에 담아둡시다. 예술이란 “창작자의 생각이나 그밖의 무언가를 예술적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그밖의 무언가”에 대해 할말이 많이 있고 매우 중요하지만 이 글의 목적을 넘어서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따라서 일단은 “창작자의 생각”이라고만 알아두시면 됩니다. 다음으로 이 창작자의 생각을 “예술적 형식”으로 표현한다고 했는데, 이런! 예술이란 말이 또 나왔네요 (이처럼 동어반복이므로 사실 위 정의는 아주 좋지는 않은 정의입니다. 이처럼 예술을 정의하기란 무지 어려운 일입니다).
여기서 “예술적 형식”은 편의상 “과학 또는 철학적 형식이 아닌 형식”이라고 받아들입시다. 인간의 생각을 표현하는 학문중 대표적인 두 기둥이 과학과 철학이므로 이 둘을 제외한 형식을 편의상 예술의 형식으로 치는 겁니다.
결국 쉽게 정리하자면 예술은 어떤 창작자가 자신이 가진 생각을 과학적 혹은 철학적 논문(글)이 아니라 전혀 다른 형태, 이를 테면 그림이나 음악, 우리가 다루는 영화등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왜 영화를 예술로서 즐겨야 하는가?
이제 예술로서의 영화가 무엇인지 대충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나는 여자(혹은 남자)친구랑 영화관 가고 팝콘 먹고 충분히 재밌는데 귀찮게 뭘 또 예술 어쩌고를 해야 하는가?” 이런식의 의문이 들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굳이 영화를 꼭 예술로 즐길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에는 재밌는 것들이 많고 모든 이들이 반드시 영화 예술에 심취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취향에 안맞으면 다른 재미난 것들을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이지요. 이 글은 다만 영화를 “다른 측면”에서 즐기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가이드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치킨을 먹는 행위”도 다양한 측면이 있습니다. 1)그냥 배고파서 먹을수도 있고, 2)맥주 안주로 먹을수도 있고, 3)먹방을 찍어 돈벌려고 먹을수도 있고, 4)치킨 고유의 섬세한 맛을 음미하려고 먹을수도 있습니다. 1번때문에 치킨을 먹는 A라는 사람은 4번의 미식가의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을테지만 만약 A가 4번의 재미를 어떻게든 알게 된다면 A는 이제 1번과 4번 두가지 즐거움을 쌍으로 누리게 됩니다. 인생에서의 즐거움이 배로 늘어나게 되는거지요. 같은 원리로 영화 감상에 있어서도 다른 차원을 알게 된다면 즐거움이 배로 늘어나게 되는겁니다! 👍
예술로서의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
이제 여러분은 어느 정도 설득당한 것 같으니, 지금부터는 예술로서의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여기 가상의 인물 한명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름은 “김여자”, 20대이고, 이름처럼 여성이고 그녀는 어린시절 부모가 허구헌날 매일 싸우는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녀는 사랑과 이상적인 남자, 뭐 이런 주제에 엄청난 관심이 있습니다. 인생의 가장 큰 문제인 것이지요. 따라서 그녀는 이른바 “좋은 남자”를 찾아 전국 방방 곳곳을 누비고 지금까지 100여명의 남자들을 사귀었습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이상하고 맘에 들지 않습니다. 그녀의 이상형은 대체 어디 있는 걸까요? 마음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우연히 “500일의 썸머”라는 영화를 봅니다. 이 영화도 연애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 그녀의 관심을 끌게 되죠. 남자 주인공이 좀 찌질한게 왠지 예전에 사귀었던 “박남자” 그 아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 김여자 양은 누구보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것입니다. 자신의 인생, 그리고 고민거리와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랑에 대한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거나 교훈을 얻을수도 있습니다. 그녀는 영화를 다 보고 신이나서 또 다른 사랑에 대한 영화를 찾아봅니다. 초록색 검색창에 사랑, 연애, 남자, 찌질, 어장관리 등등 각종 키워드를 넣어가면서 말이죠. 어쨋든 이 모든 과정이 그녀에게는 굉장히 “깊은” 즐거움이 됩니다. 이것이 “예술로서의 영화”가 주는 첫번째 즐거움입니다.
이렇게 그녀는 한 20편정도의 사랑 영화를 보게 됩니다. 그런데 각각의 작품들이 어딘가 모르게 좀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그녀가 연애 경험이 100번이 넘는 베테랑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어느 영화 감독도 이정도로 연애를 해보진 못했을겁니다. 사랑과 연애에 대해서 김여자 양은 대단한 전문가인거죠. 그녀는 대부분의 사랑 영화들이 갖는 뻔한 표현 방식, 진부한 캐릭터들을 전부 간파해 냅니다. 보통 관객이라면 못할일을 그녀는 쉽게 할수 있습니다. 그녀는 이 바닥의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그녀는 “내가 만들어도 이거보다 잘만들겠네. 나라면 여기서 이러이러 하게 표현을 하고 여기서는 여차저차 할텐데” 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이 모든 과정이 그녀에게는 즐거움이 됩니다. 이것이 “예술로서의 영화”가 주는 두번째 즐거움입니다.
결국 보다 못한 김여자 양은 자기가 직접 영화를 만듭니다. 사실 이것이 예술의 가장 위대한 동기이자 이렇게 만들어진 예술작품은 하나의 모범적인 창작 사례가 됩니다. 지금 그녀는 돈을 벌거나 명성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인생의 고민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비록 제가 만든 가상의 캐릭터지만 글을 쓰면서 김여자 양의 모습이 좀 감동적으로 느껴집니다. 😭
아무튼 이것이 “예술로서의 영화”가 주는 세번째 즐거움입니다. 참고로 이 글은 관객을 위한 것이라 일단은 첫번째와 두번째 즐거움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만 여러분은 세번째 즐거움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예전과는 달리 이제 누구나 영화 창작자가 “될수는” 있기 때문입니다.(물론 좋은 창작자가 되기는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생각의 내용과 그것을 표현하는 형식
이제 여러분은 영화를 예술로서 즐기고자 하는 욕망으로 가슴 속이 넘쳐날 겁니다. 지금 바로 영화관으로 뛰어가던지 넷플릭스를 켜도 좋겠지만, 본격적인 영화 감상에 앞서서 일단은 가장 기본적인 사안 몇가지를 더 알아두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설명할 것은 “내용과 형식”의 문제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예술은 “창작자의 생각을 예술적인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영화를 볼때에도 영화가 가진 “생각의 내용”과 그것의 “표현 형식(방식)”으로 나누어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즉, 어떤 영화를 볼때 의식적으로 “이 영화는 무슨 생각을 나에게 말하고자 하는가?”를 먼저 해석하고 , 그리고 나서 “그렇다면 이 영화는 그 생각을 효과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가?” 이렇게 자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생각의 내용과 표현 형식중에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요? 아마 대부분의 분들은 생각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겁니다. 왜냐하면 결국 생각이란 것이 알맹이고 핵심이니까요. 네 맞는 말입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현실적인 사정을 고려한다면 영화에 있어서는 표현 형식이 생각의 내용보다 더욱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영화가 가진 생각이라는 것이 사실 별볼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헉! 충격적인 일이네요! 별볼일이 없다니?? 대체 무슨소리일까요? 😱😱😱
다음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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