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홍상수 감독의 여느 영화들과 비슷하게, 이 영화의 메인 테마 역시 “앎과 행동에 관한 철학”이다. 사랑한다 말하지만, 외도 상대를 쉽사리 세상밖에 내놓지 못하는 유준상의 우유부단한 모습, 어머니에 의존하며 부실한 삶을 이어 나가는 김상경, 세계를 통달한 듯 말하지만 얇팍한 형이상학적 틈바구니속에 머물고 있는 삼류 시인 김강우. 영화는 이들 세 남성 주위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진실된 행동인지에 관하여 탐구하고 있다.
김상경이 꿈속에서 듣는 이순신 장군의 “좋은 것을 보라”는 말은 상대주의적 진리관을 암시한다. 인간은 누구나 상대방의 나쁜점에 가중을 두고 바라보는 편향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치우침에서 벗어나 유연성을 가져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문소리와의 대화, 카페에서의 말다툼을 통해 김강우는 그가 언어와 지각을 넘어 존재하는 플라톤적 진리에 심취해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가 깨우쳤다는 진리관은 설익고 깊이가 얕아서, 그는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표리부동한 모습만 보여줄뿐이다. 유준상은 그를 보고 남의 생각에만 빠져있다고 비판한다.
위와 같이 등장인물을 통해 전해지는 철학적 문답들은 홍상수 감독이 즐겨 이용하는 영화적 장치중 하나이다. 원칙적으로 이렇게 특정 사상을 직접 설명하는 방식의 연출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은 홍상수의 영화속에서는 대게 적절한 곳에서 적절한 수준만큼만 이 같은 방식이 이용되고 있다.
이 영화의 서사는 유준상과 김상경이 막걸리를 마시며 과거를 이야기하는 부분, 유준상의 이야기, 김상경의 이야기,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눌수 있다. 여기서 유준상과 김상경이 대화하는 부분을 정지된 흑백 화면의 조합으로 연출하였는데 상당히 신선하게 보인다. 이는 관객에게, 메인이 되는 두 사람의 스토리를 마치 그림책을 보듯 중간에서 다리처럼 연결해주는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각자가 말하는 자신의 이야기와 실제의 장면이 묘하게 다른 부분이 있는데, 이것 역시 진실이 화자의 입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이점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을 연상케 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만족스러운데, 특히 문소리의 연기가 아주 탁월하다. 순진한듯 새침한듯 털털한듯, 무엇이라 꼭 집어 말하기 힘든 어느 경상도 여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정확히 연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놀랍다.
이번에 통영시를 방문하면서 영화 촬영지 몇곳을 찾아가 보았다.
아래는 짧은 방문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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