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제목의 “1984” 라는 숫자에서 알수 있듯이, 최근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레트로 열풍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에서 풍겨나오는 복고적 느낌은 기대보다 약한데, 이것은 1)관객인 내가 1984년 당시의 미국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 2)원더우먼 자체가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진 복고적인 캐릭터인 탓에 영화의 시대와 잘 어우러져 버려 오히려 영화가 강조하려는 1984년의 시대상이 부각되지 못한점 때문으로 보인다. 당대의 패션 소품등을 활용하여 시대상을 전달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부족한감이 없지 않아 있다. 디스코나 전자 음악등 당대의 음악을 BGM으로 적극 활용했으면 어땟을까 싶다.
오락성의 히어로 영화임에도 영화가 갖는 주제는 상당히 심오하다. 크게 두가지 메세지를 던지는데 1)진실에 근거한 삶의 중요성, 2)세상 만사는 얻는게 있으면 잃는것도 있다는 교환법칙이 그것이다. 이들을 소원을 들어주는 황수정이라는 고대유물로 비롯된 일련의 사건을 통해 그럭저럭 자연스럽게 풀어간다.
아쉬운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소 부족한 액션신이다. 능력이 크게 약해진 원더우먼의 아슬아슬한 활약상이 긴박감은 높여주긴 하지만, 액션의 스케일 자체가 비례하여 작아져 버린것은 불만이다. 능력을 회복한 후반부에서도 스케일의 부족을 만회 하지 못한체 영화는 끝을 맺는다. 빌런 치타와의 대결을 좀더 박진감있게 연출할 필요가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뛰어난데, 그중 치타역의 크리스틴 위그의 연기가 돋보인다. 어리버리한 찐따에서 점차 빌런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다. 이처럼 선악의 공존과 모호함이라는 입체감있는 캐릭터는 실제 현실세계속의 인간의 삶을 잘 묘사하게 되어, 영화의 현실감을 높여준다.
최근 일부 헐리웃 감독들은 패미니즘이나 PC(정치적 올바름)적 요소를 부자연스럽게 영화속에 끼워넣어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그런점에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죽은 남자친구를 못잊고 외로히 살아가는 원더우먼의 모습은 오히려 전통적 여성상에 가깝다.
전체적으로 오락 영화로서 무난한 평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