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1. 평론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삼색 연작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다. 평등을 상징하는 프랑스 국기의 흰색에 모티브를 받은 작품이나 영화 속에서 평등이란 요소가 특별히 부각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와 폴란드라는 국가의 경제적 격차나 언어적 차별 정도가 등장할 뿐이다. 오히려 영화의 주된 테마는 사랑과 돈의 의미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다.
영화속에는 배금주의에 대한 대사가 유독 많이 등장한다.
“세상엔 돈으로 못하는게 없군”,
“돈이면 안되는게 없다”
돈을 주고 조력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며, 심지어 돈으로 시체도 산다.
주인공 카롤은 그의 이혼의 주된 원인이 돈 때문이라 믿고 경제적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도미니크가 진정 원했던 것은 돈이 아닌 섹스로 인한 합일이었다. 법정에서의 증언대로 발기부전인 카롤이 그녀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이다. 발기부전의 원인이 대게 자신감 결여와 같은 심리적인 이유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감안할때 카롤의 경제적 문제가 심리적 문제로 이어지고, 이것이 이혼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어쨋든 돈이 이혼의 원인이 된 셈이긴 하다.
폴란드에서 큰 돈을 벌어 자신감을 되찾은 카롤은 도미니크를 다시 부른다. 그들은 이제야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고 도미니크는 그를 다시 사랑하게 된다. 섹스의 합일이 성취되자 마음을 바꾸게 된 것이다. 허나 카롤은 그녀의 신음소리가 다른 남자친구와의 잠자리에서 보다 더 컸다며 흡족해 한다. 이는 카롤이 그저 정복욕에서의 경쟁심리로 도미니크와의 관계를 생각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카롤은 이제 도미니크를 떠난다. 도미니크는 카롤을 사랑하지만 카롤에게 도미니크는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영화 마지막, 카롤의 눈물 뒤의 묘한 웃음은 그의 은밀한 정복욕의 만족을 보여준다.
2. 좋은 연기의 사례
https://youtu.be/R3nuz99Ia9w
영화속에 등장하는 좋은 연기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인데, 주인공 카롤이 감옥에 수감된 도미니크를 면회하는 장면이다. 카롤은 멀찌감치 떨어진 장소에서 쌍안경으로 도미니크를 관찰한다.(쌍안경은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이 그의 영화에서 자주 사용하는 소품인데, 관찰 객체와의 거리감과 주체의 소외와 고립등을 상징하는 도구다) 도미니크가 수화로 사랑을 고백하는 것을 보고 카롤은 눈물을 흘린다. 언뜻 사랑에 대한 감동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사실 카롤이 가진 은근한 지배욕의 만족을 아주 정밀하게 표현하고 있는 장면이다. 눈물을 흘림과 동시에 무언가 형용할수 없는 기묘한 웃음을 통해 카롤의 만족감이 은밀하게 세어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심리상태를 배우 즈비그뉴 자마초프스키는 그가 가진 순박한 마스크와 표정연기의 완연한 대비로 정밀하게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