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1.평론 — 상징주의적 관점에서
네 가지 단편 영화를 묶은 옴니버스 작품으로, 첫 번째 작품은 로메르의 장편영화 녹색광선과 형식적인 면에서 연장선 상에 있는 작품이다. 나머지 세 작품은 역설과 아이러니를 기반으로 하는 세련된 코미디물이다. 사실 후반 세 작품들이 더 낫지만 이 글에서는 첫 번째 작품만 다뤄보려 한다. 녹색광선과 이 단편과의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이 더 흥미롭기 때문이다.
첫번째 단편의 소제목은 “블루아워(blue hour)”로서 이 블루아워는 새벽녘 동틀 무렵 직전의 순간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이 작품이 촬영된 시기는 녹색광선에 앞서 있는데 사실상 녹색광선의 습작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 작품 역시 녹색광선과 마찬가지로 언어로 표현 불가능한 신비주의적인 진리에 관하여 말하고 있다. 하지만 녹색광선과는 달리 완성도 높은 총체적인 상징 형성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녹색광선과 비교하여 이 영화의 실패의 원인을 살펴본다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일단은 아무래도 단편 작품인 탓에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짧아 레네트의 감정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녹색광선에는 쥘 베른의 소설에 기반한 신비주의적인 스토리 메이킹이 들어가 있으나 이 작품에는 그러한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 아울러 녹색광선이라는 자연 현상 자체가 블루아워보다는 훨씬 희귀한 현상이다. 이 역시 신비로운 분위기 조성에 불리한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실패 요인은 이 작품에서는 우연성이란 요소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반면 녹색광선은 영화 전체가 우연성을 설명하는데 할애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이 작품 블루아워에서는 총체적인 신비로움이 만들어지지 못했고 이에 따라 신비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상징의 실체 조성에 실패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