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1960년이라는 제작 시기를 생각해도 높은 가치를 주기 힘든 작품이다. 많은 이들이 김기영 감독과 이 영화를 각각 거장과 걸작으로 평하곤 하는데, 지나친 과대 평가란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아마도 우리나라에도 이른바 “세기의 고전”이 있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만들어낸 허상이 아닐까 싶다.
우선 전반적으로 영화는 구시대적인 연극적 연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퀀스간의 연결이 유려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끊어지는 느낌이며 긴장감의 완급 조절에 실패하여 따분하고 피로하다.
본처의 돈에 대한 욕심을 통해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제의식은 등장인물의 말을 빌린 직접적인 전달만이 있을뿐이며 스토리에는 이 같은 주제가 거의 녹아 들지 않고 있어 관객에게 공감을 주지 못한다. 결국 “바람을 핀 남자가 죽는다”는 권선징악적이고 피상적인 도덕률만 이 영화의 주제로 남는 셈이 된다. 진부하고 식상한 도덕적 결말은 훌륭한 예술작품에서 흔히 보이는 어떠한 새로운 시각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컬트적이고 엽기적인 소재를 시도했다는 소재상의 특이함만이 있을뿐 결국 좋게 봐줘야 B급 컬트 무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현 시점에서는 영화사적인 의의 이외에는 가치를 찾기는 힘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