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재미있는 이야기꾼이다. 비록 그의 영화가 의도적으로 예술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 상업적 오락 영화이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 형식의 큰 성취를 이루었다는 면에서 예술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그의 많은 작품들이 소설을 모티브로하거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따라서 각색이 훌륭하다고 볼수도 있겠다.
구로사와 감독은 <7인의 사무라이>와 같은 역사 시대극을 잘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 작품은 과거가 아닌 현대를 배경으로 한다.
과학적 수사과정과 기법에 대한 매우 사실적인 묘사가 큰 재미를 준다. 초반부에서 범인을 좁혀가는 점진 노출을 시도하는데 긴장감 넘치게 잘 연출되었다. 아울러 음악의 활용이 아주 탁월하다. 너무 과하지 않고 그렇다고 부족하지 않는 적절한 선에서 적확한 음악을 선곡하여 영상과 잘 어우러지게 만들었다. 영화에서의 음악 사용의 모범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 후반부의 술집에서의 몽환적인 연출은 <블레이드 러너>가 연상되기도 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이 작품을 참고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영화의 주제는 자본주의의 문제점 — 주로 빈부격차 — 이라 할수 있겠는데, 요코하마 시내를 구석구석 조망해 보여주면서 이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크게 특별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로서는 식상한 주제이기도 하고 주제를 직접적으로 제시하여 깊이가 없고 뻔한 느낌이다. 영화 종반에서의 뻔한 도덕적 결말도 식상하고 깊이가 없다. 페이스를 급하게 잃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