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1.평론
유독 가족의 의미에 대한 영화를 많이 연출하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일단 비정상적인 가족을 상정하고,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결과정을 통해 가족의 의미에 대해 되새기는 방식을 취한다. 이 작품 역시 아버지의 외도라는 문제의 영향을 받은 자매들의 삶에 대한 영화다.
감독은 마치 아파트 모델하우스처럼 “이상적인 조각”들만을 모두 모아 결합하여, 나름의 “이상적인 가족상”을 그린다. 하지만 인습적인 생각들에는 언제나 과장이 따르기 마련이다. 가족이라는 관념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우리가 꿈꾸는 이른바 “화목한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에도 많은 과장이 있다. 진정한 사랑은 혈통 따위가 아닌, 사람 사이의 실질적인 관계의 질이 보장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가족이라는 혈연적 관계만으로는 사랑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확률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가족은 해체되어야 할 임시적 결속체인 것이지, 우리가 지향해야할 이상향 따위가 되기 힘든 것이다. 따라서 이 영화가 수행 하는 가족에 대한 고찰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만약 가족에 대한 좀더 진지하고 깊은 통찰이 있었다면 고레에다 감독이 그리는 영화들에서, 지금보다는 많이 회의적으로, 그리고 이상적이지 않게 가족을 그리게 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영화에서 사치(아야세 하루카 분)는 외도한 아버지로 인해 상실된 어린시절을 겪는데, 성인이 된 지금 유부남인 직장 동료를 사랑함으로써 똑같은 상황과 마주한다. 사치는 아버지와는 반대의 결정을 한다. 이는 결국 과거에 지배되는 삶일 뿐이다. 어린 시절 그녀의 상실된 삶은 아버지의 결정이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제도 자체가 가진 결함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영화는 전통적인 구습에서 비롯된 사고관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결국 사치의 어리석은 결정을 미화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영화가 최종적으로 제시하는 자매들의 삶을 위한 해결책은 욕망의 억압, 희생의 장려라는 전통적 사상을 은근히 깔아 놓은채 제시되는 “과거로의 회귀(혹은 도피), 운명에의 굴복”이 된다. 영화는 이복 자매들간의 화해의 장면을 보여주는데, 애당초 그들에겐 화해할 문제가 존재한 적도 없었다. 전통적 가족이라는 개념으로부터 비롯된 망상이 불러 일으킨 착각만이 있을 뿐이다. 이 착각은 결국 자매들의 삶을 과거에 박제하고 어줍잖은 가상의 희망만을 적당히 불어 넣은 채 끝을 맺게 된다.
2.좋은 영상의 사례
#1
일견 평범하게 정지된 쇼트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카메라가 아주 미세하게 일정한 속도로 선형 이동하고 있다. 본 영화에서는 전체적으로 정지된 쇼트 대신에 이같이 미세하게 이동하는 쇼트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영상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효과를 낳는데, 이 같은 효과는 화면상의 사물들이 일종의 레이어가 되어 원거리(정확히 원거리의 사물)는 거의 고정되고, 상대적으로 근거리는 더 크게 이동하는 것으로 보여, 원거리와 근거리의 이동거리가 차이 나게 인지되는 것에서 비롯된다.
#2
영상 전체가 포커스를 약간 잃은채로 촬영되었다. 이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화면을 흐린 유화처럼 보이게 하여 영상미를 얻는 것과 동시에, 사랑하는 사이인 두사람의 산책 씬을 좀더 낭만적인 느낌으로 표현하는 효과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