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모성애란 가증스러운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폭력이 자녀에게 행해지는가? 당신이 지금 하는 생각은 사실 당신의 부모 — 특히, 양육 과정에서 보다 가까이 있을수 밖에 없는 어머니 — 가 어린시절 형성해놓은 정신 구조의 산물일뿐이다. 당신이 겪는 정신적 고통, 당신이 저지르는 미흡한 행동들도 모두, 근본적으로는 어머니로부터 비롯된다. 우리는 이미 결정된 뇌구조의 필연성에서 조금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버트런드 러셀이 말했듯,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근본없는 도덕과 두려움은 자녀가 성인이 된 후, 죽을때까지 그들을 쫒아 다닌다.
세간의 환상과 달리 출산은 대게, 그리 숭고한 목적에서 비롯되지는 않는다. 그저 별 생각없는 젊은 두 남녀가 혼인을 하고 생물학적인 본능에 따른 산물로서, 혹은 마치 사회 문화적 숙제를 치루듯이 출산이 이루어질 뿐이다. 이에 따른 결과는 — 석가모니가 말한 — 영원한 고통이라는 바로 이, 현실의 삶으로 내쳐지는 것이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효도가 어떠느니, 아들 딸을 키우는 즐거움을 운운하는 어리석은 부모들이 있다. 참 염치없는 일이다.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사이코” 어머니의 “특수하고 이례적”인 사건을 그린듯 하지만, 사실은 “지극히 평범한” 어머니들의 “일반적인” 모성애가 가진 이중성을 상징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즉, 모성애라는 것이 자녀를 향한 이타심이란 외형과 달리, 그 속살은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는 자기 만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영화는 상식을 깨는 신선한 주제를 꽤나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모녀를 연기한 두 배우의 연기력도 돋보인다. 특히 실제로 지체 장애가 있는 배우가 딸 역할을 맡아 현실감을 더해준다. 다만, 아쉬운점은 영화의 전개가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 긴장감이 덜하다는 점, 스토리의 개연성을 위해 친모가 아니라는 “쉬운” 설정을 택하여, 영화의 주제 전달이 반감되고 식상해졌다는 점이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딸은 교도소에 수감된 어머니를 방문하여 모든 것을 용서한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그러나 이윽고 자신이 학대받으며 먹었던 똑같은 알약을 입속에서 꺼낸다. 딸은 어줍잖은 화해가 아닌 복수를 통해 모성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길을 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