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영리하고 신선한 패미니즘적 표현”이란 한 마디로 이 영화를 평 한다면, 어이 없어 하는 관객들이 많으리라. 하지만 최소한 이 영화가 대놓고 표방하는 “패미니즘”이란 주제의 표현에 있어서는 제법 영리하고 새로운 것이 맞다.
영화는 패미니즘을 이땅에 뿌리세우리라 작정이라도 한듯 영화 전반에 걸쳐 패미니즘적 요소로 도배를 해놓았다. 강인한 주인공의 여성, 병풍처럼 아무일도 하지 못한채 그저 성희롱만 남발하는 남성들, 아기를 지키려는 모성애, 모든 상황은 개연성없이 여주인공에 의해서만 해결된다.
어떻게 이런 억지스러운 영화가 영리하다는 말일까? 감독은 이 영화의 억지스러운 패미니즘 연출을 통해 “여성의 강인함”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즉, “여성이 이렇게나 남성보다 뛰어나다고!”를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코미디에 가까운 억지스러운 연출은 “기존 남성중심의 영화 문법”에 대한 항의다.
관객들이 실소하는 이 영화의 장면 장면은 사실 기존 영화에서 여성을 남성으로 바꾸어 무수히 많이 등장했던 클리셰를 패러디한 것에 불과하다. 여성 감독인 로젠느 리앙은 “남성들아!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구! 너네도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웃기지?” 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식상해진 패미니즘을 한번 꼬아 전달하는 영리한 발상이다.
이 영화의 또다른 장점 한가지는 폐쇄 공간의 적극적 활용에 있다. 영화 전반부의 모든 장면은 건 터렛에 갖혀버린 여주인공과 남성 승무원들간의 무선 교신만으로 연출된다. 남성들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오직 음성만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폐쇄된 여주인공의 상황을 실감나게 만들어주고,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미스테리함을 증폭시킨다.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저예산 영화의 한계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설픈 CG, 초반의 미스테리함을 살리지 못한 스토리 라인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여담으로, 멤피스 벨 이후로 오랜만에 등장한 B-17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라 기대가 컸지만, 주제가 주제인지라 공중전 장면은 곁가지에 불과할 정도로만 나온다.
클로이 모레츠가 터렛안에서 무선교신만으로 외부와 대화하는 약간은 음침한 장면은,
히치콕의 싸이코(1960)에서 회사내 직원들의 음성과 결합하여 여주인공이 운전하던 장면을 연출했던 부분이 연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