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체계는 증거라는 사실의 편린을 나열하고 그것으로 부터 진실을 추정해 나간다. 추정의 방식은 대략적인 수준에서만 법률이라는 방법으로 문서화되어 있는데, 말그대로 대략적인 수준이기에 어쩔수 없이 인간의 판단이 “재량”이라는 이름으로 개입된다. 결국 법조인은 대략적 선언문 수준의 법률의 구속을 받아, 진실의 극히 일부만 보여주는 증거에 의지한채 판단하는 직업이라 할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법조인은 개개인이 별도의 지적인 훈련을 하지 않는 이상 어쩔수 없이 독특한 편향에 사로잡힌 정신세계를 자신도 모르게 가질수 밖에 없다. 이것은 세상이 증거의 유무와 법률이란 가상의 규칙에 부합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진리로서 정해진다는 일종의 망상적 세계다.
윤석열 대통령도 오랜시간 검사로서 근무한 경력 덕분인지 이러한 망상적 세계관에 단단히 사로잡힌 것처럼 보인다. 즉, 실제 현실이 아닌 사법의 세계라는 환상속에서 문제해결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비단 윤 대통령 뿐만아니라 그동안 법조인 출신의 정치인들에게 많이 보이는 병적 특성중 하나이다. 결국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눈가리고 아웅하기, 손바닥으로 하늘가리기 수준으로 보일뿐인데 정작 문제의 당사자들은 그러한 점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바이든과 관련한 실언에서 그의 사법적 세계관은 여지 없이 그의 머릿속에서 발동되고 있는데, 바로 “증거가 없으면 괜찮은 것이고, 따라서 증거만 안나오면 된다”는 식으로 문제해결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그의 발언이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는 음성학적으로 100% 확실한 증거를 얻기가 상당히 어렵다. 모든 과학에서 확실하다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법적 세계관속에서의 유리한 지위를 알고 지금 윤 대통령은 스스로를 자위하고 있을 것이다.
진실이야 어찌되었듯 윤석열이란 개인의 입장에서 이처럼 병적인 세계관속에서 삶을 영위해 나간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이런 병적 특성은 지성의 함양으로서만 치유될수 있는데, 폭넓은 독서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치유의 시기를 놓친 것 같아 보여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