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본인의 유튜브 채널 영상으로 국정과 관련한 제안을 올렸다. 이 글에서는 이 제안에 대한 간단한 분석과 논평을 하겠다. 아래는 해당 영상의 주요 발언 부분이며 핵심적인 부분을 내가 임의로 볼드체 처리를 하였다.
(중략) 평범한 사람들을 대변하려는 의정활동이 화제가 되고 많은 분들의 격려와 응원을 받을수록 저의 좌절은 깊어졌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삶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니까요. 대안을 아무리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해도 다뤄지지 않으니까요. 왜 그럴까요? 왜 사람을 지키려고 만든 정치가 사람을 지키지 못할까요? 죄다 이상한 사람들만 국회의원으로 뽑아놔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그 원인은 증오 정치를 부르는 정치 구조 때문입니다. 지금의 정치 구조는 상대방이 못하면 내가 이익을 보는 반사 이익 구조입니다. 반사 이익 구조는 문제 해결 경쟁이 아니라 증오 경쟁을 유도합니다. 내가 못해도 상대방이 더 못하면 쉽게 이길 수 있습니다. 어차피 양당 이외의 선택지가 등장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잘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데에 총력을 기울입니다.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경쟁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 개혁에 집착합니다. 증오 정치 구조를 깨지 않으면 사람을 지키는 정치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기회가 오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법 협상이 돌고 돌아 한가지 쟁점으로 좁혀졌습니다. 촛불 전 선거 제도인 병립 형으로 퇴행하느냐 아니면 현행법으로 치르고 위성 정당만 금지하느냐 이것만 남았습니다. 국민의 힘은 선거법개악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자고 합니다. 양당 카르텔 보장법으로 서로 기득권을 보장받자는 뜻입니다.민주당은 그 유혹을 거부하고 정치 개혁의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이것만 해내면 반사이익 구조는 깨집니다. 보수도 경쟁하고 진보도 경쟁하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할 수 있습니다.당도 스스로 기득권이 되었다는 오명을 벗고 대한민국도 증오정치로부터 벗어나고 저 이탄희도 불안으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켜내는 정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재난과 범죄, 민생, 기후위기, 검찰독재.. 수많은 불안으로 부터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치를 하려면 정치개혁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4년의 기다림 끝에 깨달았습니다. 국민을 설득해서 정치개혁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이끌고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해낼 초인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논의의 편의를 위해 이 의원의 발언을 아래와 같이 다시 요약 정리를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이 의원의 주장을 살펴보자.
1.국정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사람(국회의원 구성원)이 아니라 시스템(정치구조)의 문제 때문이다.
2.현재의 시스템은 국회의원들 상호간에 증오 경쟁을 유발한다.
3.병립형이 아닌 연동형 선거제도를 채택하여 거대 양당체제가 아닌, 다수당 체제로 바꿔야 한다.
4.메시아는 없다. 시민 각자의 행동이 중요하다.
1번은 아주 좋은 의견이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정치는 “누구편이 이길까?”식으로 “스포츠화”되어 돌아가는 경향이 있고, 대중들은 사회문제가 특별난 “악당” 탓에 발생된 것이라는 망상적 체계속에서 살아간다. 이 때문에 4번의 주장과 같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줄 이른바 “메시아”를 기다리며 악당인 상대편을 증오하며 제거하는데 골몰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구조적 측면”에 있는 것이므로 이 의원의 주장처럼 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러나 2번에서 이 의원은 이 “시스템”의 범위를 너무 좁게 보고 있고, 선거제도라는 시스템의 역할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 물론 3번에서처럼 양당제를 다수당 체제로 바꾸려는 노력은 원칙적으로 가치있는 것이다. 일반론적으로 무엇이 되었든 “다양한” 환경은 대게 좋은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의원의 주장처럼 연동형 선거제도를 채택한다고 해도 “증오정치”의 문제는 딱히 해결되지 않을것이라 예상한다. 왜냐하면 이 “증오”의 문제는 이 의원의 생각과는 달리 훨씬 인간 본연의 심리와 연결되는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편을 나누어 상대방을 증오하며 열정을 불사르는 행위는 인간에게 대단한 쾌감을 준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정치병”의 본질이기도 한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본능적으로 증오를 즐기기 때문에 증오의 문제는 장기간에 걸친 좀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테면 교육구조를 완전히 개혁하여 “합리적 회의주의”의 토양이 생겨나도록 여러세대에 걸친 교육이 장기간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의원이 주장한 선거제도 개혁 방안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나는 연동형 선거제도에 따라 소수당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더라도 증오 정치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아마 그 다수당 구성원들 사이에서 다시 야합이 이루어지고 편을 가르게 되어 “사실상의 양당제”로 복귀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동영상의 비장한 타이틀에 비해서 제시된 해결책이 다소 미시적인 수준이라 용두사미인 듯 보이고, 솔직히 국회의원 업계 당사자들간의 “남의 문제”를 말하고 있다는 느낌도 살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