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산전수전을 겪은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을 만난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고생이란 훈장을 달아야 인생의 참뜻을 알수 있을 것만 같다. 고생이 참된 인생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속담 처럼 고생은 정말 우리에게 가치있는 가르침을 줄까? 일단 용어의 정의가 필요할 것 같다. 이 글에서 말하는 고생이란 꽤나 고통스러운 불행을 야기하며 어느정도 지속적인 고통을 주는 “고난”에 가까운 고생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전쟁, 극단적 가난에서 시작하여 사업실패, 중노동, 이혼과 같은 것이 이에 해당되겠다.
인간 심리의 구조는 결국 외부의 입력, 즉 경험의 역사에 의존하여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유전적 요인이란 변수를 제외한다면) 즉, 심리의 함수는 경험이란 변수를 입력받아 감정과 행동이란 결과값을 출력하는 것이다. 여기서 고생은 아주 강력한 경험이기에 그 값이 아주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어찌되었든 심리 구조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다.
결국, 좋은 영향을 끼치느냐, 아니면 안좋은 영향을 끼치느냐가 문제되는데, 이는 고생의 당사자인 개개인이 가진 세계관과 지성에 달려 있는 문제가 된다. 즉, 입력된 고생을 자신의 인생에 좋은 방향으로 “해석”할수 있는 세계관과 지성을 가진 경우라면 그 고생은 가치가 있을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역효과만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리고 확률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하고 유연한 세계관과 높은 지성을 가지기가 어렵다. 따라서 고생은 대부분의 경우 극단적인 편견을 조성한다던가 인생에 대한 쓸데없는 공포심만 조성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극단적인 가난을 경험한 사람은 돈에 대한 과한 집착이나 가난에 대한 불필요한 불안감을 갖게 되는 식이다.
이러한 고생이 주는 악효과는 아마도 어린시절에 겪은 고생이 더 심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어린시절은 세계관과 지성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미흡하기 마련이고, 어린시절은 뇌가 성장하고 있는 시기이므로 이때의 경험은 그 사람의 일생에 걸쳐 평생토록 영향력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수용소에 수감되어 겪었던 죽음의 공포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치료기법인 로고테라피를 완성했다. 고생에 있어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그는 고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련(고생)에서 여전히 유용한 의미를 찾아 낼수 있다. 하지만 피할수 있는 시련이라면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더 의미있는 행동이다. 왜냐하면 불필요한 시련을 견디는 것은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라 자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